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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이로운 고작가 Jan 10. 2021

출간에도 돈이 필요한가요?

내 꿈은 출간작가다. 요즘은 자비출판으로도 책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그리 허황되고 어려운 꿈은 아니다.  하지만 난 굳이 돈을 투자해서 책을 내고 싶진 않다. 자비출간 작가들을 비난하는 건 아니다. 그저 난 내 글을 좋아하는 출판사를 찾아 계약금 받고, 인세 계약도 맺은 후 정식루트대로 책을 내고싶을 뿐이다.


몇달 전,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알게된 계정이 하나 있다. 책 출판 에이전시에서 운영하는 계정이었는데 출판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코칭도 해주고, 실제로 그 덕에 책을 출간한 사람도 더러 있어보였다. 그리 유명한 회사는 아닌 듯 했으나 몇 달 동안 지켜본 바로는 꾸준히 인스타 계정도 관리하고, 서평 이벤트도 개최하는 등 나름 체계가 잡힌 것 같았다. 나는 몇 번을 망설인 끝에 인스타 계정에 적힌 카카오톡 아이디로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인스타보고 문의드립니다! 제가 책 출간을 하고 싶은데 혼자 하려니 진도도 안나가고 방법도 잘 모르겠어서요ㅜㅜ"


10분 후, 답장이 왔다. 출간을 원하는 분들께 무료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으니 사무실에 방문하라는 내용이었다. 위치를 보아하니 우리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았다. 난 일주일 뒤로 미팅 날짜를 잡고, 들뜬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D-day. 

평소엔 롱패딩에 운동화, 워커만 신고 다니는 나지만 뭔가 깔끔하고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 마음에 

코트를 챙겨입었다. 밖에 나와보니 밤새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러운 데다 너무 추웠다. 새해부턴 욕을 안하자 다짐했건만 너무 추워서 'ㅅㅂ 졸라 춥네'란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한파에 맞서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출판 에이전시 사무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벽면 가득히 진열된 책들이 꼭 예쁜 북카페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자신을 부대표라 소개한 남자는 따뜻한 보리차를 건네며 내게 물었다.


"혹시 무슨 일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방송작가인데 제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어서요."


남자는 나와 몇 마디를 주고 받더니 대표가 있는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뿔테안경을 써서 그런지, 아니면 그 방 안에 책이 많아서 그런지, 대표라는 사람은 굉장히 똑똑해보였다. 그는 나에게 어떤 책을 쓰고 싶었냐 물었고 난 내가 쓰고 싶은 책에 대해 가감없이 대답했다. 


"선생님이 책을 낸다면 일반 대중이 아닌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시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임원이나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요. 그런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으면 자연스럽게 대중들에게도 퍼질 수 있거든요."


내가 귀가 얇아서 그런가? 왠지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는 단순히 책을 내는 것뿐 아니라 이를 통해 추후 더 많은 책을 내고 강연을 하게 되면 인지도도 올라가고 자신의 사례를 들며 높은 수익 창출도 가능할 거라 말했다.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 대해 말해주니 이 에이전시의 도움을 받는다면 분명히 도움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았다.


"자, 이제 제 얘기는 끝났고 부 대표랑 진행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시면 될 것 같아요."


30분 정도 이야기를 마친 후, 부대표라는 사람은 책 출간을 도와주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한달 동안 책의 주제, 목차 등 전체적인 틀을 정한 후 원고를 작업, 그 후에는 출판사를 통해 정식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실제로도 많은 분들이 출간한 사례를 이야기해주었는데 이 과정을 모두 거치는데 필요한 비용이 360만원이라고 했다.


사실 돈이 안 들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자원사업가도 아니고 이유없이 출간을 도와줄 이유는 없으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높은 가격이었고, 그 이후부터는 딱히 대화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간을 꿈꾸게 되면서부터 인터넷 카페, 책 출간 모임, 출판 에이전시 등 도움 받을 만한 루트를 여러군데 알아보았던 나는 컨설팅이나 교육 명목으로 수백만 원을 요구하는 곳들을 많이 보았다. 그런 곳을 접하면 접할수록 비싼 돈을 들여 책을 내는 게 맞는 건지, 과연 돈을 투자한 효과가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 


물론 그중에는 정말 돈 욕심 없이 선량하게 출간을 도와주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케이스를 워낙 많이 보다 보니 어느 곳을 믿어야 할지 사실 잘 모르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출간하신 분들께 묻고 싶다.  


"자비출판도 아닌데 수백만 원을 내면서 책을 내야하나요?"






  

경이로운 고작가 소속 직업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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