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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snow Jan 30. 2024

#14. 공항은 무조건 일찍 가야 한다!

함정투성이, 변수투성이인 공항에서 qr코드의 함정에 빠지다!

2023년 01월 01일 일요일


출발, 그러니까 오슬로 시간으로 1월 1일 숙소에서 출발할 때부터 조짐은 있었다. 

일찍 일어나서 조식 챙겨 먹고도 시간이 좀 남아서 어제 못 간 오슬로 시청사에 갔다 올까 그냥 공항에 빨리 갈까를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시청사에 가더라도 조급한 마음으로 관광을 할 것 같아서 그냥 공항에 일찍 가기로 하고 짐을 싸서 트램을 타러 나왔다. 

그런데 루터앱으로 교통권을 사려고 하는데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거다! 

무슨 오류가 있는지 트롬쇠나 베르겐에서는 멀쩡히 잘 됐던 카드결제가 안 됐다. 설상가상 백업으로 들고 갔던 카드 역시 결가 안 됐다. 트램 정류장에 앉아 30분 정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도를 해 봤는데도 안되고 근처에는 트램 티켓을 파는 곳도 보이지 않아 일단 무임승차를 하기로 했다. 

다행히 불시에 검표를 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아 무임승차를 들키지 않고 중앙역에 내리긴 했지만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스트레스로 1년은 늙어버린 것 같았다.  



오전이라 공항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바로 카운터에 가서 체크인 수속을 했는데 갑자기 직원이 나에게 qr코드가 있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모바일 티켓을 말하는 건 줄 알고 모바일 티켓 보여줬는데 직원이 티켓 말고 qr코드를 보여달라고 했다. 

내가 qr코드가 뭔지 알아듣지를 못하자 직원은 답답했는지 메모에 qr코드라고 쓰고 축약형 url을 적어 주더니 여기에 접속해서 qr코드를 받고 다시 오라고 했다. 

그 메모를 보고도 qr코드가 뭘 말하는 건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미리 온라인 체크인까지 다 했는데 뭘 더 해야 할 것이 있었던 것인가?!) 

메모를 보니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축약형 url을 적어준 것 같아서 사이트 주소를 입력하려는데 그녀의 필체가 I 인지 j인지!! 인지를 전혀 알 수 없었다.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필기체 알파벳이었다. 그렇게 계속 j도 써보고 i도 써보고 해도 안 돼서 이게 뭐냐고 다시 물어볼까 전전긍긍하다가 이러다 비행기 못 타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숙소에서 여유 있게 나온 게 무색하게 체크인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서 근처에 있던 공항 직원에게 qr코드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자 친절한 직원은 항공사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q코드 가이드 안내문을 보여줬다. 

그러니까 qr코드가 우리나라 방역국에서 요구하는 q코드였다! 코로나 조치가 해제되어 더 이상 증명서까지는 받아올 필요는 없지만 한국 입국 전에 q코드 등록이 필요했었던 것이. 

한국에서 오슬로 입국할 때도 전혀 그런 안내가 없었고 양국 다 입국 시 코로나 관련 검역은 더 이상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던 터라 한국 입국 전에 등록해야 하는 게 있다는 걸 공항에 가서야 알았다. 

q코드가 코로나 검사 증명서 일까 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었고 그냥 사이트에서 현재 건강상태 입국 관련 정만 등록하면 간단하게 발급되는 코드였다. 


q코드를 발급받아 후다닥 짐을 부치고 나니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출국장으로 뛰어갔다. 오전 무임승차 건으로 1년이 늙었다면 q코드 이슈로 순식간에 3년은 늙은 것 같았다. 

공항에서 시간을 죽치고 있을지언정 공항에는 무조건 빨리 와 있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그나마 일찍 와서 시간 여유도 있었고 사람들도 별로 없는 시간에 생긴 일이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정말 비행기 놓쳤을 수도...


오전의 무임승차건과 q코드 건이 더해서 나는 한참 동안 얼이 빠져있었다. 웃긴 게 가기 전까지 내가 걱정하고 있었던 건 기내에 사과 반입이 되냐 안 되냐였다. 

(요구르트와 사과가 남았는데 이걸 다 먹고 갈 배는 남아 있지 않고 비행기에서 먹고 싶기도 해서 남은 사과랑 요구르트를 가지고 갔었다) 

그런 하찮은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출발부터 체크인까지 이슈가 발생할 줄은 몰랐다… 

얼이 빠진 채로 입국심사를 하고 보안검색대까지 무사히 통과했다. 

(보안 검색할 때 사과는 통과 요구르트는 뺏겼다. 아마 용량 때문에 안 됐던 것 같다. 뭐 애초에 뺏길 거 감안하고 들고 간 거라... 검색대 직원들의 일용할 간식이라도 되길 바랐을 뿐...) 


면세구역에서 시간에 쫓겨 가족과 지인들에게 줄 기념품을 정신없이 샀다. 

기념품 안 사야지 짐 줄여야지 매번 다짐하는데도 손이 무거워지고 만다. 그냥 이런 기회에 마음을 조금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점점 손이 무거워진다. 


오전의 해프닝들이 꽤 큰 정신적 타격을 줬는지 비행기를 타자마자 피로가 밀려왔다. 

올 때 잠이 안 와서 고생했던 것에 비교하면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내내 계속 자면서 오다가 도착 직전에 오늘의, 아니 이제 어제의 해프닝을 다이어리에 정리했다.

인천공항 도착하기 30분 전. 하루의 시작이 한국보다 느린 지역에 있다가 돌아오니 다소 느슨해져 있던 내 삶의 시계 초침이 다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다시 초침소리가 째깍째깍 들릴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 속으로 가야 한다. 이 도시의 바쁨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 것은 내가 이곳의 시간에 삶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겠지. 이곳은 확실히 일조량이 다르다. 환하다는 게 상공에서도 느껴질 정도다. 해가 늦게까지 지지 않으니 그만큼 활동을 해야 하는 삶이다. 그래서 우리는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었는지도… 


2023년이 피할 수 없게 전 세계에서 시작되고 말았다. 무언가 다시 고난이 시작될듯한 해여서 편안하고 기쁘게 맞이하지는 못하겠다. 그런 느낌이 있다. 그리고 나의 느낌은 대체로 맞는 편이다. 

인천공에 도착!

성질 급한 한국인들은 비행기가 멈추기 전부터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기에 나도 서둘러 소지품을 정리했다. 

늘 서두르지 아니면 민폐가 되는 곳이 여기 이곳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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