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로패스로 즐기는 박물관 투어, 2022년 마지막 밤
2022년 12월 31일 금요일
다양한 박물관들이 밀집되어 있는 비그되이 지구
어제 구매한 오슬로 패스를 이용해서 비그되이 지구의 박물관 투어를 하기로 했다.
(오슬로 패스 이용 시 입장료 무료 및 할인 혜택이 있음)
비그되이 지구는 노르웨이 민속박물관, 프람호 박물관, 콘티키 박물관 등 각종 박물관이 모여있는 곳이다.
가이드 북에는 오슬로 외곽지역이라고 표시되어 있기는 하나 오슬로 중심지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었고 관광단지라기보다 한적한 주택가 느낌의 동네였다.
처음 관람한 곳은 남극, 북극 탐험에 모두 이용된 극지탐험의 상징 프람호가 전시된 프람호 박물관이었다. 박물관 내에 실제 프람호가 그대로 전시되어 있었고 배의 내부까지 관람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당시 프람호의 탐험 일지, 탐험가들의 히스토리 및 탐험에 사용된 장비와 소지품들이 당시 모습 그대로 전시되어 있었다.
그 당시 모습 그대로 구현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단순히 관람한다는 느낌보다도 잠시나마 북극탐험을 하는 선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큰 기대 없이 방문한 곳이었는데 당시의 모습이 잘 구현되어 있어서 흥미롭게 관람을 했다.
21세기인 지금도 북극, 남극은 미지의 세계인데 이 배를 타고 북극, 남극까지 갔다니...
프람호 내 외부를 관람하며 모험심, 탐구심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 중 하나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프람호 박물관은 현실 삶에 찌들어 미지의 세계,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잃어가고 있던 내게 오랜만에 모험, 도전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겨 주었고 이 느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기프트 샵에서 프람호 스노우볼을 사서 밖으로 나왔다.
프람호 박물관 바로 맞은편에 있는 콘티키 박물관은 프람호와는 반대로 뗏목을 타고 태평양을 횡단한 콘티키 호와 관련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이었다. 프람호 박물관 ‘겨울’이었다면 콘티키 박물관은 ‘여름’이었다. 탐험 지역에 따라 배의 구조, 전시품 등의 구성이 180도 다르다 보니 두 박물관을 비교해서 관람하는 재미가 있었다
노르웨이 민속박물관은 말 그대로 노르웨이의 각 시대별 특징적인 가옥이나 의상, 거리 등이 보존되어 있는 박물관이었다. 비유하면 용인 민속촌과 시대극 영화 세트장의 모습이 혼재되어 있는 곳이었다. 단체로 관람을 하러 온 관람객들이 많이 보였고 상당히 규모가 큰 곳이었다.
전부 다 둘러보기에는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서 몇 개의 존만 둘러봤다.
비겔란 조각공원은 노르웨이 출신의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과 그의 제자들이 만든 조각품들이 전시된 공원이다. 관광지로 소개되긴 했지만 노르웨이 현지인들에게는 산책을 즐기는 동공원인지 이 추운 날씨에도 조깅을 즐기는 사람,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좀 더 따뜻한 계절에 왔으면 피크닉 하기 좋은 공원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미술품이나 조각에 깊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노르웨이에 와서 꼭 방문해야 하는 장소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겨울에 오다 보니 멋진 조각보다는 당장 스케이트장을 오픈해도 좋을 만큼 살벌한 빙판이 더 인상적이었다
아케르스후스 요새에서 올해 마지막 저녁노을을 후에 다시 노르웨이 중앙역 광장으로 돌아왔다.
올해의 마지막 날이어서 그런지 사람이라고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던 첫날과는 달리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6시가 되기 전이었는데도 벌써부터 카페와 레스토랑에 줄을 서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로 더 붐비기 전에 이른 저녁을 먹기로 결정하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트롬쇠에서 갔던 에곤 레스토랑이 보여 들어갔다. 내 앞에 이미 4팀 정도가 줄을 서 있지만 20분 정도 기다리자 다행히 빈자리가 나와서 들어갈 수 있었다.
첫 북유럽 여행인 아이슬란드를 여행할 때도 딱 지금과 같은 연말 시즌이었는데 그때는 차마 사람들로 가득 차고 삼삼오오 모여 화기애애해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갈 엄두가 안 나서 숙소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마지막 날을 보냈었다.
당시엔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 레스토랑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성냥팔이 소녀처럼 밖에서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했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내가 확실히 나이가 든 건지 세상살이에 익숙해진 건지 혼자 온 사람은 한 명도 없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게 예전처럼 힘들지 않았다.
오슬로에서도 에곤의 서버분들은 친절했고, 음식은 맛있었다. 같은 공간에 함께 있었다는 것만으로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을 함께 보내는 나의 일행인 것처럼 느껴졌다. 잠시나마 마치 따뜻한 난로를 쬐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전혀 일면식도 없었고 앞으로도 만날 일 없는 사람들이지만 지금 이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그들의 행복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랐다.
에곤에서 나와 첫날 왔던 동선 그대로 상점가를 갔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크리스마켓에 들렀다. 기억을 덧칠하듯이 발걸음을 내딛으며 노르웨이에서의 마지막 밤을 내 눈과 머릿속에 담으며 숙소로 돌아왔다.
갑자기 팡팡 하는 소리와 함께 바깥 풍경이 번쩍번쩍 거려 잠에서 깼다.
지금까지 여행했던 북유럽의 모 나라들은 새해로 바뀌는 00시가 되면 불꽃놀이를 했는데 노르웨이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불꽃놀이 자체가 화려하고 커서 인상적이라기보다 평소에는 쥐죽은 듯이 조용하고 차분한 북유럽의 도시에서 불꽃놀이를 즐겨하는 모습이 좀 인상적이었다. 마치 평소엔 얌전한 사람의 일탈을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광장뿐 아니라 주택가 주변에서도 불꽃놀이를 하는지 건물 사이사이로 불꽃이 터지는 모습이 보였다.
2023년이 시작되며 나의 노르웨이 여행도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