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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snow Jan 31. 2024

#15. 오로라 여행의 마침표

파랑새는 어딘가에 분명히 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분명...

2023년을 맞이하고 나서 한 달 정도 나는 현실의 시간을 살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나는 2022년도에 머물러 있었다. 어쩌면 2022년도의 여운을 더 느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어 기쁘고 설레는 마음보다는 ‘새해’가 시작되어 모든 게 다시 처음으로 리셋되는 되는데서 오는 허탈감이 더 컸다. 아등바등 온갖 시행착오, 고생고생하면서 한 해를 간신히 마무리를 했고 이대로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고 끝이 나면 좋겠는데... 

그러니까 바닷가 앞의 모래성 같은 거다. 파도 한 번에 다 휩쓸려가 버리는...

시간의 흐름에 등 떠밀려 어차피 뭐든 다시 시작하게 되겠지만 그냥 이 상태로 머무르고만 싶었다.




이번 여행은 정말 완벽하게 더할 나위 없이 목적을 달성한 여행이었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여행이었고 이번 여행을 통해 내 안에서 하나의 '장'이 종결되었다. 

우선 오로라 투어가 목적이었던 여행은 끝이 났다. 모르겠다. 오로라가 여행의 목적이 됐던 계기가 분명 있었을 텐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몇 년간 이어졌던 연말 겨울여행의 주된 목적은 오로라 투어였고 사진으로 간신히 찍히는 수준이 아닌 진짜 오로라를 볼 때까지 계속 여행을 갈 생각이었다. 


처음 여행을 계획했을 때만 해도 책이나 영상에서 접했던 환상적인 광경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렇게 큰 기대를 안고 아이슬란드로 첫 오로라 여행을 떠났으나 ‘오로라’에 대한 내 기대와 환상은 깨졌다. 사진으로는 초록색 희미한 선이 찍히긴 했으나 내 눈에 담긴 건 아주 색이 옅게 느껴지는 희미한 구름 혹은 안개 같은 것이었다. 두 번째 여행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두 번째 여행 이후 오로라를 ‘보고 싶다’ 보다 ‘확인’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환상적인 오로라를 내 눈으로 꼭 보고 싶어 가 아니라 그런 오로라가 진짜 있을까? 오로라라는 건 원래가 카메라로 조작을 통해서 찍어야만 찍히는 현상 아닐까?...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내가 못 본 건지, 아니면 원래가 그런 건지. 

이번 여행에서도 오로라를 못 보거나, 제대로 못 봤다면 오로라 볼 확률이 가장 높다는 캐나다 옐로 나이프까지 갔을 것이다. 아름다운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라라는 게 진짜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어느 순간부터 오로라에 내 마음속의 염원, 응답받기 바라는 결과, 불확실한 미래의 불안 등을 투영해 놓았던 것 같다. 오로라라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싶어 가 아니라 오로라가 있다고 믿고 싶었고, 진짜 있는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어느새 나는 오로라 여행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오로라의 존재 유무는 그런 식으로라도 믿고 확인하고 싶었던 무언가였다. 

그래서 오로라를 보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거 같다. 

파랑새는 내가 못 봤지만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어와, 파랑새는 어디에도 없어는 분명 다르니까.

그래 어쩌면 나는 무언가 믿고 싶어서 포기하지 않기 위해 오로라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번여행에서 오로라를 마주한 그 순간,  그 광경 압도되어 행복감을 느끼면서 마음 한구석으로는 무언가 확인받은 느낌이었다. 아 정말 있구나 있는데 내가 못 봤던 거구나 있어... 있었어... 

단순히 오로라의 존재 유무가 아니라 내게는 내 마음속 의문과 염원들의 확인도장 같은 상징이었다. 

나는 있어, 존재해 네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분명...

우연히 발생하는 자연현상에 너무나 큰 개인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지만 내게는 그날 본 오로라가 어떤 응답 같은 것이였다. 불안해하고 의심하는 내가 받은 응답. 응답이라고 내가 해석한 현상... 


오로라는 존재했다.

그 응답과 동시에 내 안에서 겨울여행의 마침표가 찍혔다. 

오로라와 별개로 나는 워낙 겨울을 좋아하고 겨울나라도 좋아하기에 살면서 아마 몇 번 더 겨울 여행을 가게 될 수도 있지만 오로라가 목적인 겨울 여행은 끝났다. 오로라를 보는 순간 그걸 느꼈다. 

봐서 끝이 아니라 있었다 그래서 내 안에서 한 ‘장’ 은 종결되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 인생에서도 여행에서도 나는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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