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

by MissP

나는 참 '쓰기'를 좋아한다. 주로 아주 짧은, 길어야 노트 한쪽 분량의 짧은 내 생각을 쓰기 좋아한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쓰다보면 앞뒤가 안 맞을때도 있고, 무슨 말인지 잘 모를 때도 있다. 하지만 개중에 두어개는 분명 아주 좋은 것을 건질 때가 있다. 그때 그것을 잘 기억해두었다가 차후에 다른 것에 연결해 쓰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머지가 쓸모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해도 분명 장점은 있다. 두서없이 쓰다보면 내 머릿속에서 나뒹굴고 있던 단어들을 조금씩 뱉어냄으로써 머리가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하루에 한 사람이 쓰는 단어가 10,000개에서 25,000개라고 가정할때, 소모되지 못하고 남은 단어는 갈 곳 없는 처지가 된다. 나는 그것들을 차곡차곡 모아 끄적거림으로써 해소하는 것이다. 반대로 많은 단어를 소모한 날에는 책이나 영화로 나를 그의 단어로 채워준다.

글에는 묘한 힘이 있다. 글은 곧 말이고, 대화이며, 그 사람이다. 그래서 글을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성향과 특성을 어느정도 들여다볼 수 있다. 맞춤법, 단어의 선택, 문장의 길이, 관심사, 성향등을 토대로 성격과 느낌을 어느정도 유추해볼 수 있게 된다. 또한,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추어 볼때, 글을 아주 잘 쓰고, 표현력이 뛰어난 사람은 말도 잘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아주 짧게 적더라도 어려운 단어와 복잡한 문장으로 써내려가는 것을 좋아했다. 나 이외에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난해하고 독특한 표현이거나 노골적이고 거북하거나(물론 내 기준에서).

나는 그것이 '아주, 잘'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중요한 것을 잊고 있던 것이다.

쓴다는 것은 곧 소통한다는 것이다. 난해한 문학 작품은 찬사를 받을지는 모르나, 대중적이 되기는 어렵다. 이것은 비단 문학뿐 아니라 영상 매체와 음악, 미술, 무용 등의 다른 예술분야도 마찬가지이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표현과 함축적인 표상은 단순히 존재하는 실재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다.

오히려 어렵지 않은 단순함. 군더더기없는 심플함. 단순명료하게 뜻 한바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표현법이 아닐까.

나는 개그를 예찬한다. 개그는 가장 단순함과 동시에 복잡함을 지니고 있는 훌륭한 종합 예술이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함이 있어야 웃길 수 있고, 리드미컬한 동작과 억양, 익살맞은 표정,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 센스와 허를 찌르는 풍자, 그리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웃음이라는 가장 유쾌한 감정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웃음을 만들 수 있다니, 정말 멋지지 않은가.

조금씩 어른에 되어가며 단순한 것이 좋아진다.

유치하면 어떻고, 앞뒤가 맞지 않으면 어떠한가.

그저 단순하고 깔끔하게.

그렇다고 복잡하고 난해한 것이 싫은 것은 아니다. 단순히 '지금'은 단순한 것이 좋은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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