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당신은 돈을 이용하는가.

by MissP

돈.

나는 돈을 좋아한다, 그것도 꽤나.

아마도 세상살이에 제일 중요한 물건이지 않을까.

돈이 있어야 내가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고, 내가 먹고 싶은 것도 먹을 수 있으며, 내가 보고 싶은 것도 볼 수 있다.

그 얇디얇은 종이조까리가 도대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건지..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은 아주, 굉장히, 엄청 많은 영향을 미치는 물건.


그런데도 사람들은 돈에 양가감정이 있다.

조선이라는 500년 유구한 역사 속 체면치레인 건지,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 세대까지 그랬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티를 내지 않는다.


정도에 따라 다르긴 하나 돈을 아끼고 쓰지 않는 사람을 보고 수전노라고 하기도 하고, 오히려 욜로라고 외치며 돈을 쓰는 사람들을 보고는 또 흥청망청 돈낭비한다며 뭐라고 하기도 한다.

다들 자기만의 기준이 있겠지만, 나는 아끼자는 마음이 더 크긴 하다.

그렇다고 즐기는 사람을 비난하진 않는다.

그 돈이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면, 그 역시 의미 있는 삶이지 않은가.

다만, 나는 돈이 중요하다.

물질적인 것이 주는 풍요로움은 매우 잠시이고, 그건 내 공허함을 채울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비싼 화장품이나 명품 가방으로는 느낄 수 없는, 현실적으로 돈이 있어야 누릴 수 있는 것들, 큰 소비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돈이 없으면, 어려운 가정형편에 당신은 꿈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고, 너무 먹고 싶은 음식을 먹어야 할지 두 번 세 번 고민을 해야 할 수도 있고, 오늘 개봉한 저 영화를 볼지 말지 여러 번 고민해야 할 수도 있고, 애인을 보러 가고 싶지만 데이트 비용이 너무 부담돼서 못 만날 수도 있고, 보고 싶은 전시지만 관람료가 비싸다고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비단 이뿐 아니라, 결혼을 해야 할지, 아이를 낳아야 할지, 자녀에게 옷을 사줘야 할지, 학원을 보내야 할지, 남편 넥타이를 바꿔줘야 할지, 구멍 난 자신의 속옷을 사야 할지, 자녀가 대학을 가는데 등록금이 부족해서 포기해야 할 수도 있고, 부모님의 병환이 위중한데 수술을 해야 할지, 연명치료를 해야 할지, 장례식장 크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 수목장과 매장 중 어떤 것이 저렴한지 이런 것도 충분히 고민할 수 있다.

저 작은 물체 하나가 삶이 지속되는 동안은 계속해서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세상은 구조가 돈이 모이는 곳에 모이고, 평범한 사람들은 누구나, 아니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누구나 돈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걸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현실과의 괴리는 점점 커지고 자괴감과 분노만 남을 것이다.


돈이라는 것도 결국 상대적인 것이다.

나는 이만큼을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다른 사람은 풍족하다고 느낄 수 있고, 나는 만족스럽지만, 다른 이는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돈이 란 건 적어도 문제, 많아도 문제가 되는 것이라 자기만족선이 분명히 필요하다.


사는 게 힘든 건 경중이 있을 뿐, 결국 모두가 똑같다.

학자금 대출이 기간이 남은 직장인들도, 인수합병을 고민하고 있는 대기업 총수도 각자의 고민으로 모두 힘들다.

범위의 크기나 고민이 무엇인지가 왜 중요한가.

내가 느끼는 압박감과 괴로움이 그들보다 큰 것이 내 인생에서 중요한가?

중요한 건 현재, 내가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도 돈 있으면 덜 힘들지.'


맞다.

돈 있으면 덜 힘들다.

선택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게 만든다.

경제적인 자유는 다른 부분의 자유를 더 가져다준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사치가 자신의 몫이 아님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를 더 괴롭고 암울하게 만들 뿐이다.

그렇지만 인생이 어찌 돈만으로 해결이 되는가.

돈이 있어도 해결되지 않는 일들 투성이다.


저번 지인과의 대화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는 게 너무 팍팍했던 사람이라 현실에 부딪혀 원하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일에 자괴감도 들고, 애인 볼 면도 안 서고, 돈도 생각보다 많이 벌리지도 않고 너무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 사람과 생각이 달랐다.

기운을 주고 싶었기도 하지만, 삶을 살며 실제로 느끼기도 했다.


지금 하는 그 일이 불법적인 것도 아니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고, 주변 사람들도 성실한 친구로 알고 있고, 설사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그 일은, 당신에게 돈을 벌어다 준다.

그 돈이 적다 하더라도 그 돈은 당신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사고, 덥고 추운 날 나를 보호할 옷을 사게 만들고, 세금을 내게 하고, 잘 집과 포근한 침구도 준다.


지금 하는 그 일이, 당신이 만족스럽지 않고 마지못해 한다는 그 일은 당신의 입에 들어가는, 당신을 살리는 일이라고.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느냐고.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나를 살리는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이 얼마나 고맙냐고.


남들이 얼마를 벌건, 유명인이 50억짜리 집을 사건 그들의 인생은 당신의 입에 결코 밥알 한 톨 넣어주지 않는다.

그들의 삶을 보고 시기하고 부러워하지 말고 지금 내가 하는 일에 감사해야 한다.

티끌일지라도 태산으로 만드는 건 시간문제일 뿐, 티끌이 문제가 아니다.

설사 자신이 원하지 않던 일이라고 해도, 그 일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나와 나의 가족을 살리는 일이니 그 무엇보다 숭고하다.


그렇기에 가치의 무게는 돈이 아니라 내가 하는 행위에 있어야 한다.

내가 돈에 휘둘리지 않도록.


자,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기를.

그 무슨 일을 하던, 당신을 살리기 위해 소요되는 내 일, 내 하루를 즐기면서 말이다.

당신의 삶에 풍족함을 채워주는 돈을 이용하기 위하여.


당신은 돈을 이용하는가, 이용당하는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