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곤란한 이름에 대하여
1. 피로를 풀려고 몸을 편안히 두다.
2. 잠을 자다.
3. 잠시 머무르다.
4. 물체나 물질 따위가 움직임을 멈추다.
당신은 '잘' 쉽니까?
쉰다는 게 나한테는 나이를 먹을수록 어렵다. 어릴 때는 쉴 때 마냥 좋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돌이켜보면 쉰다고 할 때, 끊임없이 무언가를 했다. 쉬는 날이지만 운동을 하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산책을 했다. 쉰다고 했을 때,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건 아니지만 의식적으로 '쉬니까', 무언가를 한다. 그래야 보람차게 쉬었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일을 하지 않는 것 = 쉬는 것.
이렇게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쉰다는 게 나한테만 어려운 일인지, 아니면 한국인한테 어려운 일이지 분간이 잘 안 된다. 무언가 유럽 사람이 불난로 앞에 앉아 코코아를 홀짝거리며 타오르는 불을 편안히 바라보는 모습은 쉽게 떠오르지만, 내가 이불 안에서 나오지 않고 꼼지락대는 건 게을러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의식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해 보지만, 쉬는 날을 지내는 게 쉽지 않다. 운동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이불 밖에 나가지 않기도 하며, 청소도 하지 않고, 책도 잘 안 읽고, 라면도 먹고, 보고 싶었던 넷플릭스를 보면서도 마음 한편에 불안함이 있다.
이래도 되는 건가?
너무 게으른 것 아닌가 하는.
몸은 쉬는 척을 하고 마음은 평상시보다도 더 바쁘다. 결국 쉬는 게 쉬는 게 아닌 게 된다.
내 안에서는 마치 악마와 천사가 다투는 것처럼 갈등이 시작된다.
"뭐 해, 밥 먹었으면 움직여. 나가서 산책이라도 해."
"아니야, 마음을 릴랙스 하고 몸을 편안하게 해 둬."
"게으르게 그러고 있을 거야? 오늘은 꼭 생각한 일을 해야 해. 이런 게으름뱅이, 넌 정말 우리 안 돼지 같아, 꿀꿀.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평상시 노력한 자신에 대한 보상이야. 쉴 줄도 알아야 해."
(위 예시는 그저 쓴 거다, 설마 진짜로 저럴 거라 상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항상 있던 루틴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 나에게는 꽤나 큰 불안감을 자극한다. 그렇지만 알아야 한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마음은 나를 부추겨 움직이라고 하지만, 몸은 쉬라고 한다. 도저히 두 친구 중에 누구에게 박자를 맞춰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불안해지면 잠깐 산책도 하고, 잠을 자고, 괜찮아지면 또 널브러져 있고를 반복한다. 아직도 나에게 맞는 휴식이라는 것을 찾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여행은 어떠하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가서도 배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은연중에 있고, 스스로 고행을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더 많이 움직이고 힘들다. 그래서 여행은 분명히 값진 경험과 깨달음, 지식의 습득, 여러 의미의 힐링은 맞으나, 내가 생각하는 '쉼'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생각하는 휴식은 아무도 없는 산속, 또는 발리 우붓 같은 풍경이 떠오르는 곳에서 고즈넉하고 보다 고요한 풍경이 떠오르는 것이다. 모든 책임과 무게, 생각을 벗어던지고 몸과 마음이 평화롭게 함께 쉬는 것. 그렇지만 그걸 못하고 있는 것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당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타협을 했다.
쉰다 = 내가 그때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만약에 쉬는 날이지만, 그냥 루틴을 지키고 싶다, 그런데 몸이 허락을 한다. 그럼 그저 루틴을 지닌다. 오늘은 루틴을 지키고 싶지 않다, 그리고 몸도 허락을 하지 않는다. 그럼 가만히 늘어진다. 저녁이 되면 다시금 불안이 올라오겠지만, 그럼 그때 잠깐 하고 싶은 걸 한다.
나에게는 쉰다, 휴식이라는 개념이 다른 것보다는 조금 더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제껏 만난 사람 중에 쉰다는 것을 제대로 하는 사람, 잘 아는 사람을 본 일은 거의 없다. 쉬는 것을 달갑지 않아 하거나, (이 경우 보통 쉬는 것에 큰 의의를 두지 않거나 매우 성실하심) 보통은 쉰다고 하면, 잠을 자거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안으로 집중된 사람이 있고, 데이트를 하거나 여행을 가는 것처럼 바깥으로 집중된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잠을 자든 데이트를 하든 여행을 하든 사람들이 '오롯이 잘' 쉬고 있을까? 그 순간, 당신의 몸과 마음은, '바삐 움직이는 것'을 멈추고, 그 순간에 쉬고 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만약에 그렇다면, 정말로 축하한다. 그 비결이 궁금할 뿐이다. 당신은 쉬는 법을 아는 축복받은 사람이고, 자신에게 알맞은 휴식방법을 찾은 행운아다.
잘 쉰다는 것은 일이나 다른 경험에서 얻어지는 것만큼 자신을 충족하고, 기쁘게 하는 일이다. 그 재충전의 시간은 다시 당신의 삶에, 감정에, 일상에 행복감과 소중함을 깨닫고, 굴러갈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이자 즐거움이 될 것이다.
잘 쉬는 것. 당신은 잘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