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들락거리는 나의 인사이드아웃.
1. 대상ㆍ환경 따위에 따라 마음에 절로 생기며 한동안 지속되는, 유쾌함이나 불쾌함 따위의 감정.
2.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나 분위기.
거리는 온통 연말 기분에 휩싸여 북적거렸다.
3. 원기의 방면을 혈분(血分)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일부를 제외하고 여자들은 다 그렇겠지만, 배란주기에 맞추어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 어릴 때는 이런 것이 거의 없었는데, 확실히 나이를 먹으니 조금 심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 체력이 꽤 영향을 미치지 싶다. 폐경이 다가오거나 갱년기가 되면 여자들이 밥을 먹다가도 울고, 슬퍼하는 게 조금 이해가 되고, 앞으로 다가올 일에 조금 무섭기도 하다.
몸의 변화를 느끼니 남자들도 마찬가지겠다 하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마초 같던 남자가 갑자기 티브이를 보고 울기도 하고, 사람들과 수다를 엄청 좋아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내 안에서 인사이드 아웃이 24시간 상영된다. 어릴 때는 크게 느끼지 않았던 질투가 느껴지기도 하고(Envy), 귀찮음이 아주 심해지기도 한다(Ennui). 불안(Anxiety)은 언제나 함께 기쁨(Joy)과 어울려 놀고 있고, 가끔 슬픔이(Sadness)가 나왔다 인사를 하고 간다. 버럭이(Anger)는 이제 조금 모습을 감췄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소식을 듣기만 해도 가끔 나와서 나를 힘들게 한다.
내 컨트롤러 본부에는 아마도 조이와 슬픔이, 불안이가 리더를 맡고, 가끔 버럭이와 따분이, 까칠이가 보조를 하는 것 같다.
본부 컨트롤러 바깥에는 내가 웬디였던 시절에 상상의 친구였던 팅커벨과 피터팬이 있고, 내가 강아지였던 시절에 무서워했던 붉은 곰과 나를 지켜주던 명견 실버가 전투를 벌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자가 돼버린 란마가 고백하는 쿠도 선배 머리통을 때리고 있다. 가끔 머릿속에서 플레이되는 음악들이 쌓인 CD가 수천 장 있을 것 같다.
내 기억의 구슬들은 여러 개가 있을 테지만, 최근 연속적으로 일어난 심경의 변화들로 인해 핵심 기억의 추억섬들을 와르르 정리하고 새로운 섬들을 짓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마치 청소년인 라일리처럼 계속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핑퐁은 알라딘 속 호랑이처럼 거대하고 거대한 표범 같은 동물로 내가 그에게 등을 기대면 마치 숲 속에 있는 것처럼 나를 감싸주는 수호자 같은 거였다. 중학교 때까지는 가끔 내 핑퐁이 내가 너무 힘들 때, 이불에 가만히 누워있으면 나를 감싸주러 찾아와 주곤 했다. 곧 그 거대한 몸통으로 나를 전체적으로 감싸 안고 꼬리를 말아 나를 토닥여준다. 그러면 나는 그의 야수 같은 향기를 맡으며 잠에 빠져들곤 했다. 바람을 타고 날아와 코 끝을 찌르는 날짐승의 냄새, 나를 모든 유해한 것으로부터 보호해 줄 냄새 말이다.
평상시에는 조이가 우세한데, 배란시기를 기점으로 불안이와 슬픔이가 조이보다 우세해진다. 그러다가 갑자기 귀찮음이 몰려온다. 이럴 때는 의지를 상실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기분이 들락날락 문을 열어두고 쏘다닐 때면, 모든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고, 모든 노래가 내 노래 같고, 모든 드라마가 내 이야기 같다. 그래서 예능에 제일 재미있다. 따로 머리를 쓰지 않고 조이가 신나고 웃고 있는 나를 보며 행복해하는 것 같기도 하다.
기분이 들쑥날쑥할 때는 힐링이 필요하다. 그때는 잔잔하고 소소한 영화나 여행 예능을 보면서 또 위로를 받고, 대리로 여행하는 기분도 느낀다. 내 기분은 마치 예전 정수기통 물처럼 한 컵 따라내면 공기층이 뽀로록하고 차오른다. 비울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물이 거의 바닥까지 비워질 때면 스르륵 잠이 온다. 그래서 빨리 비우려고 오늘도 열심히 움직여본다. (그래야 피곤해서 지쳐 쓰러지지 않겠는가?)
내가 스스로 어지러움을 잊고자 열심히 몸을 움직이는 동안, 길을 잃은 나의 감정들은 컨트롤러 본부를 향해서 달리고 있다. 그래서 다시 내게 기억의 섬이 생성되기를 바라며 열심히 나의 감정들은 '나를 위해' 살아간다.
오늘도 열심히 달려가고 있을 내 감정들에게. 그들이 있어 들쑥날쑥하더라도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에 감사함을 전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