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란 무의식의 소화기관.
나는 꿈을 잘 꾼다. 그리고 꽤나 잘 맞다.
꿈은 무의식의 반영이라고 한다. 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미처 소화되지 못한 조각들이 꿈으로 표출된다. 그래서 그런지 꽤나 높은 확률로 맞는 것 같다.
모든 꿈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아주 가끔 잘 맞을 뿐이다. 아마 미처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한 정보가 무의식에서 내게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꿈에서는 아주 기묘한 형태로 나타난다. 내 꿈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꿈이 매우 기묘하고, 특이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부끄럽지만 예를 들면 갑자기 모두가 난쟁이가 되기도 하고, 알프스 산맥에 오르기도 하고, 신발이 사라지기도 하고, 커다란 한옥에서 한복을 입고 있기도 하고, 드레스를 한껏 차려입고는 티파티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웃기게도 그 안에 의미가 분명 존재할 때가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꿈은 대체로 일상생활을 모방하고 상상력은 거의 없다는데, 나는 예외인가 보다. 그래서 꿈 해몽을 직접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해줄 수가 없다. 내 무의식이니까 스스로 조합해야 답이 나온다.
꿈은 사람들만 꾸는 걸까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동물들도 꾼다고 한다. 결국 살아있는 생명의 미처 소화되지 못한 정보가 꿈이라는 것으로 나타나 잘 흡수되고 소화되는 것이다. 영양가 있는 정보는 의미를 두드러지게 나타내면서 나에게 기억에 남고, 그렇지 못한 정보는 그대로 배출되는 것이다.
성장통도 꿈으로 겪은 경우도 많겠다. 나는 어릴 적 똑같은 꿈을 자주 꿨는데,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횟수만 좀 줄었지, 계속 똑같은 꿈을 꿨다. 나는 온통 핑크색상인 도시를 돌아다닌다. 밝고 화사하고 아름답지만,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 한없이 달리면, 누군가가 나를 쫓아온다. 겁에 질린 나는 장미 화원 쪽으로 도망가려 하는데, 화원 근처 벽이 갑자기 괴물로 변하고 나의 레이스 달린 우산이 괴물에게 먹힌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 잠에서 깬다. 얼마나 놀랐는지 온몸이 땀으로 젖고, 심지어 아프기까지 했다. 어릴 때는 무서울 만큼 자주 꿨고, 조금 크면서 횟수가 줄더니 중학교에 들어가며 사라졌다.
아마도 청소년기 여러 가지 불안감이 꿈으로 발현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꿈은 결국 어느 순간 잡아낸 무의식적 정보를 꿈이라는 매체를 통해 발현시킬 수 있는 쓸모없는 정보의 소각장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쓰레기 분리수거도 그러하듯이 개중에 간혹 재활용 가능한 것들을 하나둘씩 기억에 남겨준다는 것. 남겨진 조각들은 깨어난 후에도 기억에 남는 기억이 되고 그것이 여러 가지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 아닐까.
요즘에는 꿈을 잘 꾸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한 달에 한 두어 번은 꼭 꿈을 꾼다. 쓸모없는 것이 대부분이고 개중에 맞을 때는 잘 맞는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도둑맞는 꿈을 꿨는데 내용을 보면 이런 것이다. 나는 어떤 무리 안에 있다, 아무도 내 친구들 같아 보인다. 나는 아마 꿈속에서 여럿과 함께 거주하는 것 같기도 한 것으로 보이는 것 같다. 동거인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저장해 둔 큰 상자 속에 내가 아직 먹지 않은 것들을 누군가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몰래 가져간다. 나이를 지긋하게 드신 어른들이고 쪽지를 가지고 와서 말이다. 나는 몇 번 그 사실을 보고 어르신들을 붙잡는다. 그 쪽지를 준 자를 캐묻고 누구한테 받았냐고 하자 남자 어르신은 당황하며 대답하려고 하지만, 여자 어르신이 입을 막는다. 나는 직감으로 안다. 범인은 이안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순간 코난으로 변모한다. 예상되는 범인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증거가 없다. 그 뒤로 이야기가 조금 더 이어지지만,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다.
이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나는 답을 알고 있지만 저건 무의식이 내게 주는 일종의 경고 같은 것이다. 나에게 조심해야 한다고 말이다.
어찌 보면 꿈꾸지 않는 것이 편안하다. 스스로가 그만큼 억눌리지 않는 것 같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요즘은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나를 아기 다루듯이 보내고 있다. 그러니 이제는 현실에서 내가 정말로 소망하는 것들, 내 꿈이 드러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