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살아남을 것인가.
1. 일이나 사물 따위가 점점 발달하여 감.
오늘날 우리가 쓰는 달력은 오랜 진화를 거친 것이다.
2.(생명) 생물이 생명의 기원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변해 가는 현상.
넷플릭스 러브데스로봇 첫 화를 보면 인류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디스토피아와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인 것들을 좋아한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은 언제 태어났는지 모르나, 인류가 탄생한 이래에 꾸준히 말도 안 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고, 만약 무너지기 시작한다면 그만큼 빨리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재해나 전쟁이 아니라면, 그래도 몇백 년은 걸리겠지만 말이다.)
투모로우 같은 재난 영화, 매드맥스 같은 SF물이나 좀비물 같은 경우가 제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안에는 살아남은 인간의 이기심과 생존욕구, 성욕, 식욕등 기본적인 욕구가 문명화된 사회보다 더 강렬하게 표출된다. 아무래도 문명이 사라지거나 규율이 적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인간은 본능적인 욕구에 집중하기 때문일 터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주인공들은 정의롭고, 타인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고, 피지컬적인 힘도 세고, (군사적 훈련을 받지 않은 주인공마저도 날아다닌다.) 거기다가 예쁘고 잘 생겼으며, 지략과 지능도 제갈공명 환생했나 싶을 만큼 뛰어나다. 가히 완벽한 존재들에 가깝다. 그러나 이건 영화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절망을 줄 순 없지 않겠는가. 가령 주인공이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두들겨 맞고 좀비보다 달리기를 못해서 잡아먹히면 영화가 끝나버릴 테니까.
나는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를 좋아한다. 실제로 마치 좀비가 있는 것처럼 쓰인 이 책은 몰입도가 나름 훌륭하다. 나는 그런 상상을 해본 일이 있다. 만일 정말로 28일 후나 월드워Z처럼 좀비가 있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실제로 빙하에 잠들어있는 고대바이러스, 일명 좀비바이러스가 _ 실제 좀비가 아니라 빙하 아래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고 하여 저렇게 표기 _ 지닌 미지의 병원균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물론 불가능에 가깝다.)
우선 우리는 감염속도를 추정할 수 없다. 처음 겪는 일이므로 초창기 감염 반응과 전염 속도, 증상이 일어나 정말로 '좀비'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까지 가는 것을 추정할 수가 없을 것이다. 세계의 사람들은 혼란에 빠질 것이며, 우리가 흔히 영화 속에서 보던 교통체증, 구역의 분리, 군대의 통제를 받게 될지 모른다. (우선 우리는 군인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좀비의 출현으로 인해 그들은 우리를 위해 최전선에서 좀비들과 싸우다 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가 매체에서 보던 좀비의 특징, 즉, 소리에 예민하다, 달리기를 못하거나 혹은 엄청나게 빠를 수도 있다, 머리를 파괴하거나, 신체를 분리하면 일명 '죽는다' (사실 이건 말이 안 된다, 이미 뇌가 정지되어 자의식이 없고, 단지 몸만 움직이며 살아있는 시체에 가까우므로 이미 죽어있는 상태이다.), 감염 시 바로 혹은 수분 내에 좀비로 변모한다 등이 있겠다.
우선 좀비는 뇌가 없어 엘리베이터나 문을 열지 못함으로써 우리는 방패막을 하나 얻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부분의 주택은 비밀번호를 누르거나 문을 열어야 들어갈 수 있으니 우선 집안에 있다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동 시에 차를 타고 이동할 경우 물리지 않고 이동이 가능하다. 인류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일 나는 전설이다처럼 생각하는 좀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연인이나 가족을 건드리지 않는 한, 우리는 안전하다. 이경우 좀비의 출몰이 적은 낮에 먹을 것을 구하면 생존에 가까워진다.
인류는 아무래도 좀비 정도는 충분하게 물리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우리에게는 고도로 발달된 배달과 택배, 그리고 튼튼한 자동차와 현관문이 있고,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 보자.
만일 매드맥스나 터미네이터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먼저 핵전쟁으로 인해 인류는 많은 손상을 입고, 매드맥스 속 아내들처럼 멀쩡한 사람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핵의 범위는 생각보다 더 광범위하므로 실제로 우리의 후대에까지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땅은 척박해지고, 핵 피해를 입은 땅에서 나온 식물은 인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맥스나 퓨리오사처럼 훌륭한 외관을 유지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어째서 임모탄이 지도자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무슨 특별한 지략이나 능력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신성시할만한 특징도 없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하여튼 별개로 인류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핵전쟁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쟁은 사실상 인류가 종말 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테니, 아니다. 우리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기대하고 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인류는 망했다. 그리고 그린란드가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보자. 핵전쟁은 분명 문명화된 부분, 수도라든지 군사기지라든지 통신기지등의 핵심적인 부분을 공격할 것이고, 사람이 거의 없는 산과 들은 생각보다 멀쩡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말로 그린란드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형의 구조상 산과 들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더 유리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우리는 오염이 현저히 덜 되어있는 농산물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의 계곡이 오염되지 않았다면, 깨끗한 물 역시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생존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럼 가장 중요한 인간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이미 문명과 사회질서가 무너진 세상에 버려졌다. 당신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육체적인 힘과 미리 깨끗하고 안전한 곳을 차지한 권력 앞에 무능력함을 느끼게 될지 모른다. 어차피 나는 조연일 테니, 주인공처럼 싸울 수 없다. (어쩌면 나는 이미 죽었거나, 잡아먹혔을지도 모른다.) 눈앞에서는 폭력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일어나서는 안될 일들이 펼쳐질 것이다. 당신이 움직이는 모든 동선에는 사람들이 가득할 것이고, 그들은 당신이 지닌 무언가를 훔치거나 당신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물리적 가해를 가할지도 모른다. 만일 배가 고파 음식을 찾아 마트를 찾아가면 이미 폭력배들이 자리를 잡고 있거나, 많은 사람들이 좋은 것은 다 가져가고, 부패한 음식만 남아있을 수도 있다. (통전기 시설은 이미 파괴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짐승의 본능, 즉, 약육강식의 세계를 피부로 직접적으로 느끼게 될 수 있다. 약자는 빼앗기고, 죽음을 목전에 두게 될 것이고, 강자는 차지하고, 폭력을 휘두르게 될 것이다. 차마 글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운, 누구나 예상하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질 것을 감히 예상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어떤가?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가?
그렇지만 인류의 진화는 그렇게 발달하지 않았다. 인류가 발달한 것은 (물론 강자가 살아남았기는 하지만) 협동이다. 서로를 챙겼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비록 우리에게는 주인공이 없을 수도 있다.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는 건, 영웅이 난세에 갑자기 영웅의 운명을 타고나 마치 옛이야기처럼 태어날 때 하늘에서 별이 떨어지고, 온 동물이 앞마당에 나타나면서 천하가 울리는 울음소리를 타고 혜성처럼 짠 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영웅은 지금도 있다. 바로 당신의 곁에 말이다. 당신의 앞에서 재롱을 떨고 있는 자녀, 옆에서 잔소리하고 있는 마누라, 주말에 못 자던 잠을 몰아서 자고 있는 남편, 매일 전화로 수다를 떨고 있는 친구 말이다. 만일 정말로 저런 위험한 상황이 된다면, 자녀는 다리가 다친 당신을 위해 나가서 음식을 구해올 것이고, 남편이나 아내는 당신을 위해 마치 마동석처럼 괴력을 발휘하며 좀비를 뚫고 옥상으로 올라가 군대를 불러 당신을 구출해 낼지도 모른다. 친구는 자동차를 타고 당신의 집으로 와서 함께 피난을 갈 것이다. 결국 인류는 최악의 모습도 맞이하겠지만, 우리는 서로 협동할 것이다. 그것이 생존에 가장 유리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유토피아적 사고라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류는 혼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다. 인간은 약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므로, 결국 협동하고 서로를 챙기는 것, 그것이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기적인 선택인 것이다. 지금 우리가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서로가 곁에 있기 때문에 그 사실을 못 느끼고 있을 뿐이지, 우리는 모두 안다. 사람은 혼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그렇기에 이기적인 선택이 얼마나 자신을 위험에 빠지게 하는 것인지도 말이다. 인간이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결국 고도로 발달된, 무의식적인 생존의 선택인 것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 깊이 이해하는 것, 희생하는 것은 결국 자신과 자신의 생존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이다.
그러니 혹시 누군가 당신에게 당신이 베푼 것보다 적게 준다면, 체리피커처럼 이기적으로 군다면 기억하길 바란다. 그 사람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유전자를 물려받았을지도 모른다. 이 생존게임이라는 영화에서 그는 주인공이 아니고 조연, 심지어 엑스트라일 가능성이 높고, 당신이 주인공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