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건강한 관계란 무엇인가.

by MissP

"믿지 마, 네 생각을 거부해. 제발.
믿어야 할 것은 우리야.

왜 나한테 먼저 물어보지 않았어?"
나는 떠나가는 그에게 매달렸다. 그는 오해로 점철된 우리의 관계를 보며 등을 돌렸다.
"가지 마."
나는 떠나가는 그의 옷깃을 붙잡고 말했다. 제발 가지 말라고. 그는 나를 믿긴 했던 걸까. 나는 헷갈렸다. 이토록 같잖은 오해에 흔들리는 우리가 과연 사랑한 건 우리가 맞는 걸까.
그는 발걸음을 돌려 저 멀리 걸어갔다. 그의 냉정한 등이 내 눈물로 가려져 점점 흐릿해졌다. 그는 왜 내게 물어보지 않았던 걸까. 그 여자의 말만을 믿었던 걸까. 친구라는 명목 하에 곁에 있는 간악한 그 사람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왜 몰랐던 걸까.
"바보..."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고, 냉정한 그의 뒷모습을 향해 한마디를 더 뱉었다.
"멍청이!"

나는 하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그와는 이제 끝인 걸까.


건강한 관계란 무엇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어느 정도의 뜨거움이 적절할까.


그런 말이 있지 않나 싶다. 너무 가까우면 타고, 너무 멀면 차갑다. 적당한 온도가 좋다라고. 적당한 온도라는 것이 무엇일까. 하물며 목욕하는 온도만 해도 사람마다 다른데 말이다. 사람 사이의 온도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요즘은 예전과 달리 책부터 유튜브, 연애 프로그램, 강의 심지어 의사 선생님까지 온갖 관계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과 방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들에게 몰린다. 마치 관계라는 마술을 마스터한 선지자처럼 보이는 그들의 말을 듣고, 그대로 행동한다. 물론 나도 일부 그들에게 동의한다. 그들은 다양한 경험과 기술을 익혔고, 제 아무리 경험치가 부족하다한들 나보다 많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과연 그 모든 것이 내 관계에도 적용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관계에 있어 경험과 기술이 필요한 걸까.


이유가 무엇일까.

그만큼 사람들은 가까운 관계를 원하면서도 멀게만 느껴지기 때문일 터이다. 그 관계 안에서 상처받아서 혹은 상처받기 싫어서 말이다. 나는 서로의 온도를 맞추기에 제일 좋은 것은 대화라고 생각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모든 관계는 대화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 관계가 안 풀린다면 대화가 부족한 것이고, 만약에 상대가 대화를 원치 않는다면 놓아야 하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은 당신에게 대화를 시도할 만큼의 사랑과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당신은 반문할 것이다. 나는 그 사람과의 관계가 잘 풀리기를 원하지만,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몰라 못하는 것뿐이라고 말이다.


정말로 당신은 나쁜 마음이 아니라 관심과 애정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대화를 피하는 이유는 두려움 아닌가. 당신이 상대에게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 어려워서, 무서워서 피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 그만큼 그 사람이 절실하지 않은 것뿐이다.


대화의 기술이란 필요 없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로 인사치레를 하고는 하지만, 그건 절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실제로 처음에 동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알맹이 없는 말은 티가 나게 될 것이다.


사람을 동하게 만드는 것,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진심이다. 눈을 마주치고 서로에게 전달하는 진심. 표현이 서툴고, 언어가 부족하다 한들 서로에게 전달되는 진심이 가장 깊숙하고 진하게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마법이다. 대화가 중요한 이유는 단지 몇 마디 말로도 진심이 서로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말은 역시 3가지다.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혹은 "좋아해."


말이 많지 않아도 온몸으로 전달할 수도 있다. 아프리카 고아의 볼록 차오른 배를 보고 흘리는 여배우의 눈물, 유기견 봉사를 가서 묵묵히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 안타까운 사연에 목놓아 우는 사람의 처절함, 병원에서 안 좋은 소식을 듣고 울고 있는 보호자의 손을 말없이 잡아주는 의사 선생님, 모르는 사람이 울고 있을 때 안아주는 사람의 따뜻함, 장난스러운 농담에 호탕하게 터진 웃음소리 같은 것들 말이다.


어느샌가 사람들은 서로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고, 현란한 기술과 과감한 플러팅, 말발로 홀리는 것에만 치중되어 있다. 물론 남녀 관계에서는 먹힐 수도 있겠지만, 당신이 필요한 것은 공허한 관계였던가.


모든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나쁜 사람은 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사람과는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다. 만일 맺었다면, 과감하게 끊어내라. 그렇지만 만일 당신이 어떤 사람과의 좋은 관계를 원하고, 그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라면 당신의 진심은 큰 무기가 될 것이다. (괜찮은 사람이란 것은 당신의 기준에서 괜찮은 사람이다.) 관계란 비단 남녀만이 아니다.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해당된다.


만약 당신의 친구들에게 불만이 있다고 한다면 말을 해야 알 수 있다. 말을 하지 않는다면, 친구들은 당신의 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오해는 계속 쌓이고, 그러다가 보면 당신은 화를 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친구들은 당황하고 관계가 끊어질 수 있다.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적정선에서 당신의 힘든 상태를 말하지 않으면 당신은 병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조직은 생각보다 더 유동적이다. 당신의 힘든 상황을 공유받은 회사는 방법을 찾을지도 모른다. 만일 회사에서 그런 것조차 이해해주지 못할 만큼 경직된 곳이라면 당신은 버틸 이유가 없다. 당신은 용기를 내어 최선을 다했고, 로봇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서로 가장 가까운 사이에 오해는 더 깊어진다.


대화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굳이 말해 긁어 부스럼이란 말도 있지 않나 싶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아닐까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감히 한마디만 한다면, 타인에게 흔들리지 마라. 만약 당신의 진심이 통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무 일이 아니다. 관계가 끊어지거나 악화된다면 그때는 당신의 손을 떠난 것이다. 어차피 그렇게 될 관계였을 뿐이다. (그렇다고 싸우라는 것이 아니다. 대화를 하라는 것이다.)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이 진심을 내보인 그 순간, 당신이 승리자였다는 것을 말이다. 설사 통하지 않았더라도 당신의 비워진 마음은 방법을 찾아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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