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으로부터 나오는 신의 소리.
1. 한 언어에서, 사용 지역 또는 사회 계층에 따라 분화된 말의 체계.
2.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
3.(기독교) 신약 시대에, 성령에 힘입어 제자들이 자기도 모르는 외국 말을 하여 이방인을 놀라게 한 말. 또는 황홀 상태에서 성령에 의하여 말해진다는, 내용을 알 수 없는 말.
뇌의 장난일까, 미친 것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나는 그런 말을 꽤 자주 들었다.
"너는 신이 참 예뻐하는 아이야."
"신께서 좋아하는 기운이 있어."
무슨 이상한 종교는 아니고, 갑자기 저런 소리를 들으면 당황할 법도 한데, 나는 좋았다. (그렇다고 나한테 뭘 하라고 하는 사기꾼들은 아니었다.) 그냥 단지 어쩌다 마주친 할머니나 종교인 같은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겁먹은 나에게 기운을 북돋아주고자 하신 말씀들이 아닐까 하다.
캐캐묵은 상처가 갑자기 떠올라 나를 숨 막히게 할 때면, 나는 온몸이 굳어가며 온 신경계가 마비된 것처럼 움직이기 어렵다. 숨을 어떻게 쉬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호흡이 가빠지고, 눈물이 하염없이 나온다. 트라우마다.
그래서 나는 얼마나 힘든지 안다.
갑자기 트라우마가 올라오면 거의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가고, 젊은 날 수많은 요가와 명상으로 어느 정도 중심을 잡았다. 그런데 참 우습게도 중심을 잡는 건 오래 걸리지만, 잃는 건 한 순간이다.
나에게 삶은 고요한 바다 위를 항해하는 작은 보트와 같다. 바다는 너무나 무섭고, 밤은 너무도 어둡다. 아침은 너무나 눈이 부실 정도로 밝고, 반면 밤은 희미한 달빛뿐 그 어떤 빛조차 없다. 고요해 보이지만, 아래는 짐작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며, 예상치 못한 때에 엄청난 파도가 휘몰아친다. 배는 뒤집혔다가 제 자리를 잡지만, 결국 배안에 있던 모든 것들을 다 토해내고야 만다.
고요한 바닷물 위로 내 보트에서 나온 모든 것들이 둥둥 떠다닌다. 물에 어지러이 떠다니는 모양새가 꼭 내 마음과 같다.
겨우 잡았다고 생각했던 중심은 언제나 참 쉽게도 휩쓸린다. 특히 심지가 곧고 바른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그래서 나는 얘기한다. 소나무보다는 대나무가 되라고.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뿌리부터 뽑히지 말아야 한다고 말이다.
충분히 흔들려라. 그래도 괜찮을 테니.
갑자기 많은 것들이 나를 덮치고 휘몰아칠 때면, 어느 순간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울고 있는 나를 울지 말라며 어깨를 툭 건드리기도 하고, (물론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신이 오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런 느낌이다.) 갑자기 방언 터지듯이 무언가를 적어 내려간다. 그러다 보면 눈물은 멈추고 곧 정신을 차린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최적의 방법이다.
이게 너무 힘들어서 스스로를 이인화 하는 것인지, 내 뇌의 장난질에 스스로가 속아 넘어간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미친 건지, 아니면 정말 신의 소리인지는 분간이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멈추고, 조금 진정이 된 후 다시 읽어보거나 생각해 보면 그 안에서 해답과 깨달음이 있다. 놀라울 정도이다. 그 안에서는 스스로에게 글자 너머의 무언가를 알 수 있는 것들이 적혀있다.
비단 이런 증상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많은 종교에서 신과 커넥팅 하는 것을 보고 듣는다. 방언이라 함은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라고 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오세암이다. 오세암은 5살에 부처가 된 동자로 추운 겨울 산속에 홀로 남아 부처에게 기도하여 깨달음을 얻은 자이다. 그는 관세음보살의 보살핌 아래 신과 소통하며 겨울을 스스로 보냈다. 노승은 봄이 오고, 그를 만나자 그가 부처가 되었음을 깨닫고 그를 기린다. 그는 관세음보살과 우리말로 소통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적어 내려간 것들의 많은 것을 실제로 알 수 없는 신께서 내게 보낸 메시지라고 믿고 있다. 나 스스로 적어 내려가고, 스스로에게 하는 조언이라고 말이다.
오늘도 나는 너무 힘든 기억이 떠올랐고, 몸이 딱딱하게 굳으며 온 신경계가 마비되는 것처럼 아팠다. 이럴 때는 숨 쉬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스스로에게 예민해진다. 마치 공황장애인 거 같기도 하다. 그리고 어떤 정신으로 도착했는지 알 수 없게 집으로 들어와 겨우 침대에 누웠다. 울면서 아팠던 기억을 쓰는데, 그때 마치 누군가 내게 이야기라고 하듯이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너는 죄가 없다.
나는 많은 것들을 통해 네게 사랑을 건넨다.
처음에는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겠다. 나의 뇌에서 보내는 장난질이든 진짜로 신의 말씀이시든 무관하게 결국에는 내가 믿는 대로 들리고 적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당신이 고통 속에 잠식되어 있다면, 꼭 알려주고 싶다.
당신은 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