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이 아니어도 놀란다.

by MissP

트라우마는 생각보다 쉽게 생길 수 있고 또한 오래갈 수 있다. 그리고 반대로 잘 극복할 수도 있다.


살다 보면 우리가 예상치 못한 상처가 생기기 마련이다. 마치 교통사고처럼 예상치 못하게 우리에게 와서 쾅 부딪히고는 마치 자기 잘못은 없다는 듯이 떠나간다. 그럼 상처 입는 것은 사고를 당한 우리이다.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당신은 그 사고에서 치료과정을 거치며 점점 회복될 것이다.


픽사의 엔칸토 속 '까시타'는 마법의 힘을 점점 잃어가면서 결국에는 무너진다. 그렇지만 결국 가족들의 사랑과 믿음으로 미라벨은 까시타를 되돌려 놓을 수 있게 된다. 미라벨의 할머니 알마는 과거로부터 온 트라우마로 인해 마법에 집착한다. 가장 애정했던 손녀가 마법을 받지 못하자 마을 사람들로부터의 배척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무의식 중으로 미라벨을 거부한다. 아이 셋을 남겨두고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봤으니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가족들도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고, 그렇기에 모두 자신을 억누른 채로 알마의 말을 따른다. 각각 마법이 지닌 힘과 하고 싶은 욕망, 그리고 자신의 두려움으로 가족들 모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미라벨의 언니 이사벨라는 항상 예쁘게 보이려고 자신의 욕구를 참고 참다가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둘째 언니 루이사는 무거운 것을 옮기는 일을 도맡아 하느라고 항상 바쁘다. 교회도 옮기고 당나귀도 옮기고 하느라 말이다. 페파 이모는 자신의 기분이 혹여나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까 싶어 항상 날이 서있다. 그녀의 기분에 따라 날씨가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돌로레스는 엄마를 닮아 예민한 편이지만, 티를 내지 못한다. 돌로레스는 자신의 능력 때문에 항상 움츠러든다. 그녀에게는 쥐들의 속삭임까지 모든 소리가 들리고, 그것들은 그녀를 항상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어린 카밀로와 안토니오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들 역시 항상 눈치보기 바쁘다.


그들은 항상 그들의 능력이 타인을 위해 소비되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야 하고, 봉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무런 마법의 힘도 가지지 못한 미라벨이 가족들을 화합으로 이끌고, 무려 10년이나 벽 속에서 숨어 지내던 브루노 삼촌까지 가족들에게 데려오는 데 성공한다.


마법의 힘, 결국 트라우마를 이겨낸 힘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의 애정과 관심이었다.


예를 들어 가족에게 받은 상처로 트라우마가 있다고 해보자.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다른 것보다 깊을 것이고, 가정을 만드는데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따스한 배우자의 애정과 스스로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누군가는 매우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에 성공할 수 있다.

물론 배우자를 대하는 방법이 미숙하거나 태어난 아이를 보고 덜컥 겁을 먹을 수도 있다. 어떻게 대해야 할까,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부부, 부모가 그러하다.


또 애인에게 받은 상처로 트라우마가 있다고 해보자. 다음번에 만난 애인의 칭찬과 관심, 애정으로 사랑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배워 더 행복한 연애를 할 수도 있다.


분명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건만, 옛 애인의 행동과 비슷한 면모를 보고 덜컥 겁이 날 수 있다. 이 사람도 그런 사람이 아닐까, 내가 보는 모습이 이 사람의 본모습이 맞는 걸까.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면모가 있다. 같은 행동을 한다고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학창 시절 따돌림을 당했다고 해보자. 당신은 따돌림의 아픔을 알고 있어 다른 사람에게 그런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할지 모른다.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에서 가해자의 모습을 보거나, 혹은 정말로 가해자와 마주칠 수도 있다. 당신은 순간적으로 움츠러들겠지만, 자기 자신에게 말해줄 수도 있다. 주먹이 날아오면 나도 한대는 날린다(?)는 강단만 있다면야 무서울 것이 없다. 당신의 바로 앞에 경찰서가 있다. 그리고 지금 있는 곳은 학교가 아니다, 당신은 더 이상 약하지 않다.


물론 트라우마는 깊고 진해 이겨내고 지워졌다고 해도 원치 않는 순간에 계속해서 고개를 들어 올릴 수도 있다. 당신에게 상처를 줬던 사람이 너무 미워지고 다른 사람에게 투영되는 불안감과 미움에 괜히 겁부터 먹을 수도 있다.


또 사고는 한번 일어나지 않고 연속추돌사고처럼 연달아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럼 중상이 입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그냥 재수가 없었던 거다. 하필이면 사고당할 때, 내가 있었던 것뿐이다.


나는 안다. 당신은 분명 이겨낼 것이다. 후유증이 남더라도 걸을 수 있게 되고, 마침내 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용서를 해라.

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이해조차 되지 않는 저 말이 제일 중요한 말이다. 상처를 붙잡고 있는 것은 결국 나를 계속해서 칼로 찌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용서를 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찌르는 칼을 버리고 터지고 벌어진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나는 마법의 힘을 믿는다. 당신에게는 분명 까시타가 있고, 그 문을 다시 열어줄 미라벨이 있을 것이다. 평범한 마법 소녀, 바로 자기 자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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