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관계의 상관관계.
삶에 있어 우리에게 필수 요건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로 먹고 자고 입고하는 의식주가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그러기 위해 필요한 일과 인연, 즉 사람이 있을 것이다.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있어야 이루어지고, 사람과의 관계는 필수적으로 노력과 시간, 그리고 돈이 든다.
사람들을 보면 사회생활을 하는데서야 각자 지출을 하는 게 당연하고, 보통 회사 동료와 친하다고 해도 더치를 당연시한다. 오히려 조금 더 내는 경우는 있어도, 역시 남에게 지출하게 하는 것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윗사람이 쓰는 건 감사히 받으면서도 동료는 조금 그렇다. 친구나 지인 관계라 하더라도 내가 돈이 넉넉하면 더 쓰는 건 괜찮지만, 이제는 어린애도 아니고 아무리 나보다 언니 오빠라도 지출하게 하는 건 조금 그런 마음이 든다. 특히나 가정이 있는 경우는 더 하다.
10대에도 친구들과 놀고먹고 즐기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하물며 더 어린 나이의 어린이들이 먹고 즐기려 해도 까까 사 먹을 돈이 있어야 한다. 평생을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우리는 왜 돈 걱정을 하고 살까?
바로 생존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물물교환을 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지 않고, 공통된 '통화'라는 물질로 모든 것을 사고판다. 그렇기에 저 작은 종이가 큰 힘을 가지는 것이다. 우리가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은 모두 돈으로 직결된다.
개중에 가장 큰 것은 역시 부동산과 예금이다. 부동산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자고 쉬고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온전한 우리의 공간에서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좀 더 넓은 곳, 좀 더 편한 구조, 좀 더 괜찮은 컨디션을 원하고, 거기에 사람의 욕망이 더해져 좋은 입지, 좋은 인프라, 향후 상승가능성, 높은 가격, 사람들의 선망을 원한다.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나인원 한남, 한남더힐, 청담동 PH129, 압구정 현대,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같은 초고가 주거지의 매매가가 연신 뉴스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이유, 강남 이후로 마용성이 급상승했다는 뉴스처럼 부동산 관련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그 뉴스를 보면서 '일부 사람들'은 관련이 없음에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투기라며 시기 질투하는 이상한 이유가 대부분은 여기에 있다. 욕망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별 격차에 대한 뉴스, 행복주택, 청년주거비 지원, 선거철마다 항상 부동산 관련 정책이 언급되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당신이 그곳에 살든 살지 않든 그것이 당신의 인생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가? (물론 능력 있고, 재력 있으면 사는 게 좋지 않겠는가. 나도 부럽다.) 만일 당신이 한남더힐에 살지 않고, 일반 주택에 거주한다면 당신은 위험에 처하는가? 그건 아니지 않은가?
우리의 시선에 닿는 모든 것들은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의 욕망 속에서 더 과다 평가되어 있고, (실제 과다 평가가 아닌 스스로의 욕망 속에서) 그 대부분은 개인의 욕심과 탐욕이 깃들어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인가 타인에게 부럽다는 생각이 들거나 시기 질투가 날 때, 항상 생각하려고 한다.
과연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게 맞는 걸까? 나는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저 자기 합리화라고 봐도 좋다. 그렇지만 저 자기 합리화는 나의 목표와 상황을 똑바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열쇠이다.
유튜브나 티브이를 보다 보면, 이런 사연들을 간혹 접하고는 한다. 결혼을 하려는데 돈이 문제다, 집이 없다, 주거 관련으로 의견이 맞지 않아 싸운다, 주택 관련 대출금이 많은데 배우자는 놀고 있다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두 가지는 어찌 보면 같은 이야기고, 다른 이야기이다. 결혼은 두 사람이 함께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고, 그 결정이 있기까지는 현실이 맞아야 한다. 만일 당신이 돈도 없고, 미래도 모르겠고, 상황이 너무 악화되어 아무것도 못하겠고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내가 과연 연애나 결혼을 해도 스스로의 욕심에서 잘 이겨낼 수 있는 상황인지, 상대도 그러한지가 중요하다.
둘이 같이 손 잡고 1시간을 산책하고 바나나 우유 마시고 벤치에 앉아 놀아도 좋기만 하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오마카세도 먹어야 되고, 좋은 거 입고 신라호텔 가서 호캉스도 보내고 싶고 여행도 하고 싶다면 돈이 없는 건 두 사람에게 큰 문제가 될 것이다. 돈 없이 데이트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질문했을 때, 자신이 괜찮은지를 꼭 알기를 바란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결혼 예산 중 가장 큰 부분인 부동산 관련해서 두 사람이 빌라나 작은 전셋집에서 시작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해보자.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마음만으로 관계가 이미 충만하고, 서로 계획적으로 꾸준히 돈도 모으고 미래를 계획하며 경제적인 문제로부터 서로 이겨낼 마음으로 행복할 수 있다면 문제가 안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한쪽이라도 월세를 내거나 전세자금이 예상보다 지출이 크더라도 인프라 좋은 동네에 위치한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에서 거주해야 하거나 자가명의의 부동산을 원한다고 해보자. (물론 거주할 수 없는 경우, 예상보다 지출을 크게 잡는 경우에 한해서 이다.) 그럼 다른 한쪽은 예상보다 큰 예산에 두 사람이 어떻게 해 나아가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거기에 만약 가족들이 한 마디씩 보태고 있다거나 탐탁지 않아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이 너무 힘들 것이다. 단순히 두 사람이 사는 집의 컨디션이나 환경이 아닌 보이는 것이 더 신경 쓰인다면, 다시 꼭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내가 원하는 것이 과연 내가 생각하는 편안하고 안락한 내 삶인가, 아니면 보여주기 위한 체면치레가 아닌가 말이다.
나는 결혼이란 중대사가 내가 앞으로 걸어갈 길에 함께 걸어가 줄 중요한 동반자를 찾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주례에나 들어가듯이 힘들거나 지칠 때 서로에게 믿음이 되어줄 사람 말이다. 거기에는 반드시 경제적인 부분이 포함되고, 우리는 살다가 풍파를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약 살다가 일이 잘못되어 길거리에 나앉을 정도까지 가더라도 서로 잘 토닥이며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그래서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나는 몽상가이기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결혼이란 서로 사랑이 먼저가 되고, 서로 가장 좋아하는 친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것을 무시한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조건보다 그 사람이 먼저였으면, 상대도 그러했으면 한다.
그렇다고 해서 오해 없기 바란다. 나 역시 돈이 좋고 중요하고 귀한 사람이다. 그리고 누구나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인프라를 누릴 권리와 욕망이 있고 그건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내가 누리려고 하는 그것에,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부모, 형제, 자매,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님, 그 외에도 친구든 내가 아닌 모든 사람)의 원치 않는 희생이 반드시 가미되어 있어야 한다면, 그것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누릴만한 자격과 향후 자신의 목적이 분명한 것이 맞는가 하는 것이다. 당신이 그들에게 바라는 것이 그들과의 행복한 관계일지 아니면 자신의 야욕일지 말이다. 그들이 제공해 주는 안락함에 고마움을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관계의 소중함보다 자신이 더 받아야 한다고 느끼는 물질적인 가치에 무게를 두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인지 말이다. 특히 인생의 중대사를 결정할 때 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물질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물질은 심리적인 부분에서 완벽한 만족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만 탐내지 않더라도 되려 돈은, 당신에게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