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어른이라는 것.
사건 발생
피해자의 엄마 : 아니 그러니까 지금 몇 달이나 내 미성년자 자녀의 누드 사진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건가요? 도대체 범인은 아직도 잡지 못하고 뭐 하는 건가요?
경찰 : 우리도 잡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어요, 곧 잡을 거고요. 너무 걱정 마세요. 진정하세요.
피해자 : 엄마, 좀 진정해요.
피해자의 엄마: 진정? 지금 이러다가 너 대학에 못 갈 수 있어! 너는 지금 그런 말이 나와? 내가 아빠와 함께 몇 번이나 말했잖니? 그런 일은 하면 안 된다고! 네 미래가 아득하잖니!
피해자 : 미래? 엄마는 이 상황에서도 내 미래 타령이나 하고 있어요? 지금 내 심정은 관심도 없겠죠!
경찰 : 제가 따님과 얘기를 좀 해봐도 될까요?
피해자의 엄마 : 네, 저보다 형사님이 훨씬 낫겠죠.
사건 해결 후
리브 : 정말 다행인 건 그 사진을 이메일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만 돌려봤다는 거야. 와이드로 유출된 적은 없어.
피해자 : 그럼 제 사진이 절대 유출되지 않았다고 보장할 수 있나요?
리브 : 글쎄, 우리가 상대한 조직을 생각하면 절대라는 건 보장할 수 없어.
피해자 : 앞으로 절대 누드 사진 같은 거는 보내지 않을게요.
리브 : 하지만 이 말은 해줄 수 있지.
너는 앞날이 밝고 창창하며, 앞으로도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거지.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느꼈던 게 뭔 줄 아니?
실수는 우리를 규정할 수 없어.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겠지만 괜찮단다.
인생은 그렇게 배워가는 거야.
성범죄 수사대 SVU 시즌 26, 12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어른이 맞을까?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의 실수를 실수라고 인정하고 받아 들어야 하는 걸까?
사회는 급변하고 많은 생각과 관념들이 급변하고 있다. 모든 것은 시기에 따라 유동적이라 나 역시 어찌어찌 새로운 흐름들을 따라가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나의 가치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비단 몸만 자라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렇게 나이를 먹어버리고도 나와 다른 가치관과 행동에 쉽게 흥분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길 때, 아기처럼 잘 토라지는 나보다 그 어린 나이에 두려움이라는 것을 잊고 독립운동에 헌신하신 윤봉길의사, 유관순열사처럼 어리지만 자신의 길을 확신하고 삶을 걸었던 저 선생님들께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나는 참어른이 되고 싶었다. 자라면서 만난 수많은 인간군상에 멋있는 부분은 닮아가고 싶었고, 못난 모습은 닮지 않고 싶었다. 나이를 먹었다고 모두 어른의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히 내가 판단한 모든 모습들은 사실 그들의 삶의 연속 속에서 나온 자기 보호였음을 이해하고 나니, 연민과 이해가 생긴다. (하지만 닮고 싶은 것은 아니다.)
아직도 나는 배우고, 많이 부족하며, 사람들에게 감동과 실망을 느끼지만 그렇게 하나씩 배우며 어른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다. (사실은 아직도 애새끼나 다름없다. 너무나 스스로의 단점을 잘 알고 있으므로 과격한 언동을 이해해 주시기를.)
예전 모드라마의 기자 회견장에서 어떤 배우의 언사가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었다. 다른 출연자의 말에 아이들에게 배울 것이 있냐는 말이었다. 언행은 과격해 보였을지언정, 나는 그 배우의 말이 어떤 뜻인지 알았었다. 어른은 아이들의 행동에 감탄할지언정 배워서는 안 된다. 이 말속에는 아이들의 성숙함을 인정하고 사랑하되, 어른이라면 그 과정을 이미 알고 있어야 하며, 그 아이들이 바로 자라도록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배우가 한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시간이라는 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 그리고 그 시간을 어떻게 소비하였느냐는 개개인의 몫이다.
어떤 이는 농땡이를 부리면서도 항상 깨달음을 얻는다. 어떤 이는 세상 바쁘게 살아가지만 깨달음은 없고 현실에 급급하다. 누가 더 어른일까?
예전이라면 나는 두 사람 다 글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두 사람 모두 옳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어른이 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 방식을 내가 판단할 순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때로는 나와는 다른 것에서도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력의 넓이가 자신의 틀에서 조금씩 커진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이가 삶의 문제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 두 사람 모두에게 다른 의견의 조언을 들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각자의 삶에서 겪은 것을 토대로 이야기와 이해해 줄 것이며, 그들의 조언 속에서는 어느 하나 그에게 빛처럼 다가오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주름이 가득한 노인의 웃는 얼굴을 상상해 보라. 그 노인의 주름 하나하나는 그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는 예술 작품이다. 그가 인생을 살아오며 보고 들은 모든 것들. 가끔 들리는 소리들이 있지 않은가.
"아니, XX엄마, 젊을 적에는 세상 까칠하더니 저리 순둥이가 되었어."
"저 할아버지, 저리 보여도 아주 무서운 사람이야. 절대 손해 보는 법이 없거든."
"저 할머니는 세상 시끄러워. 아주 온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른다니까. 아휴, 근데 삶을 보면 얼마나 고달팠겠어. 불쌍한 노인네."
"저 처자는 어린 처자가 나이답지 않게 성숙해."
"젊은이가 아주 생각이 깊어, 행동 거지 하나하나 참 바른 사람이야."
그들 모두의 삶은 하나하나 작은 붓칠을 거쳐 어른의 모습을 만들었다. 덜 되고 더 되고, 나이가 젊고 늙고 같은 차이를 넘어 모두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서툴고, 힘들고, 괴팍할지라도 나는 나의 방식으로 나만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갈 생각이다. 아주 좋은 어른이 되어갈 생각이다.
진정한 영웅의 행동은
매우 진지하며 극적이지 않다.
그들은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남을 능가하려 하지 않는다.
남을 받아들여야 영웅이 된다.
_ 아서 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