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이해
보편적인 것의 힘.
예술이라는 단어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사람들은 예술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특별함, 특이함, 창조적, 남다른, 고혹적인, 놀라움, 미치광이, 난잡한, 난봉꾼등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예술이라고 함은 보편적인 것에 있다.
내면의 자신다움을 보편적인 아름다움으로써 내보이는 것.
인간이란 자신만의 꼭짓점이 항상 있기 마련이다.
그 점이 남들에게 흥미롭거나 혹은 날카로울지라도, 아름다울 것이다.
사람은 결코 남들과 다름이란 꼭짓점을 누구라도 하나쯤은 가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다들 그 점을 스스로 이해하고 있다.
나만이 알고 있는, 스스로 매혹되는 꼭짓점.
그 점을 굳이 타인에게 인정받지 않더라도 괜찮다.
그 자체로 가치 있으니.
얼마 전, 미술관에 갔다.
여러 작가의 전시를 보았다.
나는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없어, 전시관에 가면 화가의 약력과 삶을 먼저 읽어본 후, 전시를 둘러본다.
그리고 감상 전 그림의 제목을 먼저 보고, 작가가 붙인 이유와 내가 느끼는 점의 차이, 혹은 동질감을 찾는 것이 내게는 꽤나 재미가 있다.
그 사람의 삶, 어째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알아보는 것 자체가 너무 흥미롭기 때문이다.
예술이란 이름의 삶의 부산물, 타인의 흔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관음적인 사고랄까.
가령 그림 2점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하나는 너무도 추상적이어서, 작가가 붙인 제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색감도 형태도 도저히 내가 이해하고 있는 그 유형의 것과 전혀 다르기에 이해는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 그림은 보고 있는 내게 분명 어떤 영감과 감동을 준다.
그건 얄팍한 지식도, 잘난 체도 아니고 그저 그 사람의 세계라는 예술에서 느낀 순간의 느낌이고, 감동이다.
다른 하나는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는 형태의 작품이다.
그림을 보자마자 이 것은 무엇을 나타내고 싶었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는 작품.
제목에서 오는 이질감 없는 보편함에 보다 깊은 감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림을 보면 그곳에 가 있는 것 같기도 하며, 때론 뮤즈인 그 혹은 그녀를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동일한 것에서 오는 보편적인 아름다움.
둘 중에 무엇이 더 훌륭하고, 무엇이 덜하다는 것은 없다.
작가 각자의 세계에서 창조된 것들이기에 표현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보편적인 것에서 오는 감동이 더 클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의 시간이 지날수록, 보편적인 것에서 오는 가장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멀리 가지 않아도 수많은 명화에서 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연중에서라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에 힘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보는 세상이 오롯이 그림 한 폭에 나타나있다.
르누아르가 바라본 따뜻한 세계, 마티스의 선의 예술, 클림트의 고혹적인 세상과 프리다 칼로의 굳건한 강인함, 박수근 선생님이 바라본 국민들, 천경자 선생님의 여인들.
누구보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인간의 군상을 표현하고자 한 예술가들.
나는 피카소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이건 내 가치관에 기인한 확증편향이다.
객관적으로 그는 매우 훌륭한 화가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는 그의 그림은 와닿지 않는다.
피카소의 초기 그림보다 중후반의 그림이 더 인기가 있지만, 난 점점 기괴해지는 그의 그림에서 어떤 애정도 느낄 수 없다.
그의 삶은 그를 피폐하게 만들었고, 그의 선택은 인간을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스스로 감옥에 가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예술가에게 특별함과 남다름을 기대한다.
그들이 표현하려는 세상을 보다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주기를, 자신이 아닌 특별한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나의 세상과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지적인 목마름.
그런데 과연 예술가는 남다른가?
단언컨대 사람은 누구나 남다르다.
그럼에 나는 그들을 남다르게 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 통념상 결코 허용되지 않는 짓을 예술가라는 이름 하에, 그들은 남다르다는 인식으로 허용하려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기대하는 남다름은 결코 예술가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
그들도 사람이기에 남다름에 갇혀 본연의 자기 자신을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
그들이 자기가 가는 길이 어딘지도 모른 채로 연옥을 헤매지 않도록, 좀 더 따뜻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바라봐주는 것이 어떨까?
삶을 사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삶이란 예술을 쓰고, 그리고, 만들고, 상영하고 있는 예술가이니 말이다.
P.S
설사 인생이란 영화가 아무런 반전 없이 흘러가도록 쓰인 잔잔한 다큐멘터리라고 하더라도 누가 감히 한 사람의 작품에 대해 자신의 시선으로 감상평을 논할 수 있는가?
보편적인 평범함이란 세상에서 제일 비범한 것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