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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트 May 01. 2022

다이어트 그리고 폭식 브이로그

먹방으로는 부족하다

오후 3:56분 기온 : 영상 18도


아직 바람이 산산하지만 조금 걷다 보면 외투 생각이 사라질 만큼 날이 따뜻해졌다.

덩달아 가벼워진 옷들을 꺼내 입어보니 겨우내 늘어난 지방층이 눈에 띈다.

사실 매일 샤워를 하며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부정하고 싶던 녀석들이다.


왜 나는 내 몸의 일부를 이토록 증오하며 살까.

언제부터 이런 걸까.

이대로 괜찮은 걸까.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유튜브를 틀면 상반된 맞춤 키워드가 보인다.

운동, 홈트 / 먹방


내가 처음으로 본 먹방 영상은 아프리카 tv 여자 bj의 영상이었다.

고기 팬인 지 뭔지 모를 넓은 판에 까르보나라 떡볶이를 한가득 채워놓은 그녀는 그게 다 어디로 들어갈까 싶을 만큼 날씬하고 얼굴도 예쁜 사람이었다.

역시나 채팅창에는 예쁘다, 잘 먹는다, 체질인가, 부럽다, 어떻게 관리하느냐 질문이 주기적으로 올라왔다.


영상에 대한 첫 느낌은 거북함이었다.

한 번에 3-4개씩 끊임없이 입속으로 사라지는 떡볶이 떡이 어느 순간 크림소스를 들어 올리기 위한 탄수화물 덩어리로 보였다.

그러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성인 여성 하루 권장 칼로리를 한참 넘을 메뉴.

나라면 후폭풍이 무서워 먹을 생각조차 못 할 양의 떡볶이를 깔끔하게 먹어 치우는 그러면서도 그렇게 날씬할 수 있는 그녀의 영상을 찾아보게 되었다.


한 때는 남이 밥 먹는 영상을 왜 보는 거냐 라는 말도 었지만

이제는 그 영상으로 대기업 임원 월급 부럽지 않게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내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생각이 들면 평소에 안 보던 온갖 먹방 영상들을 찾아보게 된다.

사실 먹방도 아니다.

요새는 폭식 브이로그 유투버들을 찾아본다.

쯔양이나 히밥처럼 축복받은 위장과 소화능력으로 어마 무시한 양의 음식을 소화해 내는 사람도 있지만,

매일 다이어트와 입 터짐 사이를 오가며 스스로가 폭식증을 겪는 중이라 일컫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을 의지박약이나 강박증에 얽매여 사는 이들이라 비난하고 싶지 않다.

현재의 나는 그 정도의 폭식 충동을 겪는 사람은 아니지만,

식사 후의 죄책감과 우울감 그 후 잠깐의 극단적 다이어트(극단적이라 지속할 수가 없다)에 대한 갈망까지 공감한다.

어쩌면 나는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그들을 보며 위안을 얻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체중계 위에 올라 +x.xxkg 되었다며 한숨을 내쉬는 모습,

그러면서도 나도 좋아하는 달달하는 음식을 열심히 먹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알게 모를 아니, 명확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댓글창은 오묘하다.

뻔하게 폭식증이라고 썸네일에 써놓은 걸 보았으면서도

걱정된다 / 다이어트를 그만두어야 다이어트에 성공한다 / 힘내라 나도 그 맘 안다

그래도 맛있는 거 먹는 거 보니 좋다 / 나아지는 듯하더니 결국 돌아가는 거냐 / 폭식증은 엄연히 안 좋은 거니 고치려고 좀 더 노력해라


나는 이 요지경을 이해하는 걸 멈추었다.


1xx cm / xx kg 유지 비결

보통에서 마름 가기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폭식증 극복기

디저트로 10000kcal 챌린지


이런 영상이 판을 치는 이 세태보다, 그 영상에 찬양과 비난의 댓글을 다는 사람들보다

이 모든 영상을 한 번에 소비하는 내가 괜찮은 상태인가를 이해하는 데 지쳐간다.


내일은 헬스장을 갈 것이다.

점심 약속이 있어 아침은 먹지 않고 공복시간을 유지하고

저녁은 가볍게 먹을 것이다.


그 모든 건 진정 나를 위한 행위인가?

내가 목표로 하는 몸무게가 되면 나는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올 한여름이 되기 전 도달할 수는 있는 걸까?

아니, 내일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답은 내일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다.

그저 글 쓰는 새에 한껏 떨어진 기온과 구름 낀 하늘, 몰아치는 바람에 떨리는 나뭇잎이 어쩐지 내 마음과 같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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