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다시 시작해 보자
한동안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만나고 싶은 이들은 만날 수 없었고 그 외에 어떤 것도 어떤 형태로도 나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쥐어짜 내어 무엇을 뱉어놓은 들 속이 후련하지도 않을 것 같고 그렇게 애써 무언가를 허공에 쏟아내는 것조차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은 묘한 불편함이 지배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몇 주가 지나 몇 달이 되도록 쓰고 싶은 주제가 없었고
이걸로 한번 써볼까? 싶다가도 이미 단단히 굳어져 버린 듯한 체증은 타자기 위의 손가락 끝에까지 채워져 버린 듯 아무런 움직임도 띌 수가 없었다.
하루를 가득 채워 생각하던 이들과 사건과 기대와 실망과 답답함은
삶에 대한 수많은 물음표와 답을 낳았다가 사라졌다.
어쩌다 보니 운전하는 것이 참으로 좋아졌는데
그 순간만큼은 내가 밟는 만큼 가속이 붙어 달려가고
내가 서두르는 만큼 재빠르게 멈춰주는 이 거대한 고철덩어리가 편하면서도 편리했기 때문인 것 같다.
연료만 넣어주면 육지 어디든 함께 달려주었고
따뜻한 열선은 창문너머로 쓰러질 듯 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도 내 몸을 노곤하게 감싸주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장소만 입력하면 어디든 나를 안내해 주었다.
이런 아무런 글이라도 쓰다 보면
다시금 더 긴 글을 쓸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끄적끄적이는 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더 새로운 세상에 나를 던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드는 밤,
이제는 상처가 더 이상 상처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담담한 용기가 생기는 밤,
정말 오래간만에 글을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비틀거리면서 조금 더 초연해질 준비를 하는 밤이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