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감, 한 단어에 담기 어려운 마음

어쩜 그래

by 미스트

사회생활을 하고 연차가 쌓이고 이제 짬이 조금 생겼을까 싶을 만큼 나이가 들고 나면 세상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 그리 서운하지 않아 진다. 그런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하고 그렇게 삶이 예측불허하기에 즐거운 일 또한 생길 수 있다는 것도 간간히 느껴지게 된다.


그렇게 나이가 차오르는 중이더라도 마음이 식은 용암처럼 굳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겉으로 태연한 척하는 스킬이 늘어나는 것일 뿐, 상처는 입게 되고 응어리가 생길 법한 일들은 어디서나 도사리고 있다. 그래도 소수의 신뢰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온건하면 다른 생채기야 물건을 쓰다 보면 흠집정도이거니 하고 살아진다. 문제는 그 소수의 신뢰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깨져버리는 순간 내가 이리 어리석었던 건가,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 있을까 분노와 증오와 허탈함이 범벅이 되어 나라는 나무를 도끼로 내려찍는 아픔이 몰려온다.


사람이란 받을 땐 고맙다, 꼭 돌려주겠다 한껏 의리찬 마음을 보이다가도 받고 나면 생색내지 마라, 뭐 바라고 준 것이었느냐, 하고 쓱 내빼는 것이다. 믿을 만한 사람이라 여겼던 이라도 내가 알던 사람이었나 허망해질 만큼 삽시간에 얼굴 바꾸고 정색할 수 있는 게 사람이었다. 내가 뭘 재촉한 것도, 뭘 더해라 바란 것도 없건만 되돌려 줄 생각과 말은 싹 생략하고 선을 직직 긋고 팽하고 잠수 타고 사라져 버릴 수 있는 것이 사람이었다. 사기꾼도 범죄자가 판을 치는 세상인 걸 알지만, 설령 세상 태반이 그렇게 날 대한더라도 이 사람은 그러지 않을 거야라고 믿고 믿어준 마음을 보란 듯이 짓밟아버리는 것이 사람이었다.


이런 상처는 어디서 치유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흙탕물이 되어 버린 마음을 어디서 보상받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나의 모자람과 어리석음을 개탄스러워하는 수밖에 없으면서도 나는 절대 나를 믿어준 사람에게 그리 하지는 않으리라 마음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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