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을 하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앞으로 쓰일 수많은 회고의 시작

by 미스트

올해가 거의 다 갔다. 시간은 빠르고 야속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모든 인류에게 유일하게 공평한 것이 매일매일 주어진 24시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달리 할 불평도 떠오르지 않는다.

올해 어쩌다 보니 해외를 나가야 할 일도 많았고 속상한 일도 많았지만 통장잔고는 연초보다 줄었음에도 마음은 조금 더 담담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올 한 해는 직장인으로서 한 해 한 해 자소서 내역을 채워가던 때와는 확연히 달랐던 더욱 특별한 한 해였던 것 같다.


올해 먹은 결심 중 가장 큰 것은 내가 주도하는 일을 해보자고 결심하고 시작한 일이다. 회사를 다닐 때도 언젠가 내 일을 하고 싶다 은연중에 말을 하고 다녔다. 특별히 사업적 인맥이 있거나 부모님이 사업을 하셨다거나 유명 컨설팅 회사를 다녔다거나 대단한 스펙이 있었던 것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세상을 뒤엎어보겠다는 거대한 야망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그러고 싶었다. 그럼에도 회사를 다니면서 더 좋은 곳과 기회가 보이면 이직을 시도했고 나름 이름 있다는 회사들도 다녀보고 스톡도 받아볼 기회도 있었으니 그렇게 한 해 한 해 회사를 다닌 기간이 길어졌고 그렇게 쌓이는 이력이 자랑스러웠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한 목마름과 불안감은 나를 퇴사를 하게 만들었고 정말 막막하고 답답하던 시기에 감사하게도 함께 일해보자는 이들이 있어 그렇게 일을 이어가며 마음을 다시 한번 가다듬을 수 있었다.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예전에는 몇 줄 말을 하고 명함을 드리면 될 일이었는데 이제는 내밀 무언가도 없고 한참 머리가 복잡해지는 상황이 되었다면 그래도 1년 뒤, 2년 뒤에는 어떻게 되어있을까 상상했을 때 명확히 그림이 없다는 것이 불안하기보단 더욱 기대감을 만든다. 그러면서도 이제 누가 나에게 해보자고 해서 일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일을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을 할 때 따져보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시장의 크기, 생존을 위해 빠르게 수익화 가능한 수단, 고객니즈에 대한 검증, 앞으로의 거시적인 시장의 변화, 일의 리스크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 따지자면 참으로 많기도 하고 따져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저 마음 맞는 사람들과 재밌는 일들을 계속해서 하고 싶고 이왕이면 누구나 편하게 들렀다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혹자들에게는 너무 모호하고 이상적인 이미지만 가득한 소망에 다가가기 위함이라는 마음은 나도 이게 내 일을 해야 하는 이유로 적합한 답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차피 누구에게 허락을 구할 것이 아니라면(어쩌면 성인이 되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이 내가 책임을 진다면 내가 무엇을 하든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일지 모르겠다) 그냥 해보기로 했다. 매번 뭐 하고 싶냐는 질문에 '언젠가 제 일을 하고 싶어요'라고 답하던 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내가 했던 나와의 약속을 지켜보고 싶다. 해보고 망하면 그때 다른 길이 나오겠지, 사람마다 생존본능은 있어서 살라치면 어떻게든 살 방법을 찾는다는 그 말을 믿어보려고 한다.


사실 그런 마음을 먹은 지도 거의 3개월이 지났다. 그 3개월간의 했던 일을 정리해 보자면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특색 있는 물건을 팔아보자 마음먹었고 몇 가지 SNS 계정을 만들어서 콘텐츠를 쌓아가고 있고 웹페이지를 만들었다가 이를 버리고 쇼피파이 쇼핑몰을 만들었다. 아직 갈길은 한참 멀었다. x 계정을 수익화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나의 게시물이 노출수를 잘 받는 요령은 조금 는 거 같지만 팔로워를 늘리는 건 아직 멀었고 tiktok은 어떤 녀석이 알고리즘을 타는 건지 아직 감도 안 오는데 하나의 나라를 포커스 해서 시작해 보라는 조언에 따라 앞으로 한 국가를 타깃으로 노출을 더 많이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것 같다. 쇼피파이는 기본적인 자동 seo가 되어있어 그런 것인지 포털에서 검색해서 우연히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지만 아직까지 구매가 발생하지 않았다. sns채널을 넓히기도 하겠지만 직접적으로 내가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창구를 더 모색하고 내가 생각하는 구매자들에게 직접 질문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애널리틱스페이지를 들어가고 어떤 걸 팔면 좋을까 어떻게 팔아야 좋을까 생각하면 정말 아득하고 막막하다. 그러다 한 번씩 잘되면 이렇게 될 수도 있겠다 상상의 나래를 탈 때면 근거 없는 자신감과 여유가 슬며시 올라와 그 불안을 잠깐 눌러준다. 일 년 뒤 오늘은 어떤 마음으로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 년 전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낫다고 느끼는 지금처럼 내년의 나도 그럴 수 있기를 그럴 수 있다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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