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대로
아버지 기일에 맞춰 본가인 대구를 다녀왔다. 아차 싶긴 했다만 금요일 오후에 서울에서 대구를 운전해서 간다는 건 시간적인 측면에서 낭비가 큰 선택이었다. 차가 별로 다니지 않는 시간이었다면 3시간 반에서 4시간이면 집에 도착할 것을, 서울을 벗어나는 데에만 근 1시간을 쏟고 나니 거의 5시간을 운전해서야 집을 도착했다. 우리 집은 제사를 지낸다. 꽤나 고지식한 방식을 고집해서 제사상은 많이 간소화시켰지만 그래도 한밤에 현관문을 활짝 열어놓고 제사를 지낸다. 전을 부치느라 현관 근처만 가도 기름냄새가 폴폴 나는데 귀신이 제사상까지 오게 하려면 이렇게 문을 열어둬야 한다. 엄마혼자 열심히 아침부터 준비한 제사상을 보고 있으면 미안함도 크지만 난 여전히 제사차림을 도우러 일찍 내려오는 법이 없는 이기적인 딸이다.
그렇게 한밤에 제사를 치르고 잠깐 눈을 붙이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아침 7시를 조금 넘어서 출발하니 올라오는 길은 3시간 반정도로 줄어들었다. 곧 추석이니 곧 다시 내려올 거니까, 일을 미리 해두어야 하니까, 여러 변명을 하며 올라가는 두 손은 혼자 있으면 먹기 힘든 질 좋은 과일과 음식이 한가득이다. 이렇게 부랴부랴 올라와서 그런지 서울에 올라와서도 마음이 헛헛했다. 이상하다 내가 올라와놓고는 마음이 이상하게 답답하다. 지난 하루동안 근 8시간을 운전했건만 집안에 가만있기가 싫었다.
그렇게 뻑적지근한 몸을 이끌고 오래간만에 뚝섬유원지로 나왔다. 잔디밭, 계단 곳곳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있고 러닝을 하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그 가운데 앉아서 강 건너 아파트와 고층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하나 어찌 살까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사라졌다 밀물이 들어왔다 나가듯 내 속을 훑고 가는 것 같다. 가만히 있다 보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대화소리도 들리게 되는데 어느 순간 재미있는 쪽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게 된다. 잔잔한 말소리와 웃음소리를 듣다 보면 오늘도 끝내지 못한 일들 때문에 자책을 하게 되다가도 그냥 조금만 더 이러고 있을까라는 이상한 안일함이 몰려온다. 괜히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