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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사장 Oct 06. 2020

직장인이 되니 생일이 무덤덤해졌다.

왜 내 생일은 빨간 날이 아닌가.

어릴 적 생일은 마땅히 축하받아야 되는 즐거운 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고 나서 생일은 뿌린 기프티콘을 회수하는 날 정도로 밖에 여겨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렇게나 즐거웠던 생일이 직장인이 되고부터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날이 된 거 같다. 생일 선물도 미역국도 그대로인데 왜 나의 생각이 바뀌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생일은 빨간 날이 아니다.


하나님이 태어나신 날도 부처님이 오신 날도 모두 빨간 날이다. 하지만 나의 생일은 빨간 날이 아니다. 고로 직장인인 나에게는 그다지 감흥이 없을 수밖에 없다. 직장인에게서 기념한 말한 날은 빨간 날이기 때문이다.


생일이 주말이 아니고 평일에 걸리게 된다면 그 날은 어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을 하고 사내 메신저에서 축하 이모티콘 몇 개 받는 거 외에는 평소와 똑같은 업무와 퇴근 시간이다. 


퇴근하고 친구랑 술 한잔 마시거나 집에서 미역국이나 하나 끊여 먹으면 어느덧 생일은 끝나 있고, 만 나이로 커버칠 수 없게 한 살을 더 먹은 것에 약간의 우울감에 휩싸이게 된다.


두 번째. 나이 먹는 게 더 이상 즐겁지가 않다.


고등학생 때는 빨리 대학생이 되어 자유롭게 생활하고 싶었다. 대학생 때는 빨리 취업을 해서 내 돈 내산이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돈 주고 학교 다닐 때가 가장 편했다는 것을 졸업하고 나서 알게 되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곧 연차가 쌓인다는 것이다. 연차가 쌓이면 더 이상 신입이라는 실드가 사라지고, 연차만큼의 책임과 기대가 커지게 된다. 즉 생일이 온다는 건 부담감이 더 커진다는 이야기이다.


나이가 먹을수록 삶에 대한 기대는 줄어들고 걱정만 커진다. 그래서 더 이상 나이 먹는 게 즐겁지 않다. 그렇기에 즐겁게 나이를 먹으려면 생일이 아니어도 즐거운 삶을 살고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생각해보면 엄마 뱃속이 가장 편했을 것이다.


가끔 씩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회생활 속에 힘들고 지쳐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 때문이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는 세상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사회에 나오게 되면서 더 이상 나를 지켜주는 것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회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자기 계발은 필수가 되었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제자리걸음이지만 적어도 뒤처지지는 않기 위해서 생산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이렇게 매일이 피곤한 삶의 연속이기에 생일이 되면 다시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금세 그건 무리라는 것을 깨닫고 다음 날 출근 준비를 한다.




사실 생일은 내가 축하받아야 할 날은 아니다. 나를 낳느라 고생하신 부모님들을 위로해야 되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인이 되어보니 누군가를 지키고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직장인이 되고 생일이 무덤덤해졌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은 더 먹먹해지는 것 같다. 생일날 기프티콘을 기대하기보다는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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