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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사장 Oct 28. 2020

코로나 시국에 즐기는 직장인의 휴가

휴가에는 이유가 없다.

벌써 11월이 다가오는데 생각보다 휴가가 많이 남았다. 보통 휴가는 친구나 가족과의 여행 일정에 맞춰 쓰곤 하는데 코로나로 인하여 여행은 안 가게 되니 휴가 쓸 일도 당연히 없어졌다.


딱히 휴가를 쓸 일이 없지만 너무 안 쓴 거 같기도 해서 월요일도 아니고 금요일도 아닌 애매한 화요일에 휴가를 써보았다. 몇몇 사람들은 다른 회사 면접을 보러 가냐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았다.


딱히 이유 없이 쓴 휴가였기에 뭘 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냥 고민 좀 해보다가 부모님을 보러 갔다. 자취를 하고 있지만 별다른 이벤트가 없으면 부모님을 보러 가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부모님이라고 해서 집에만 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집에 가니 아버지는 없었고, 어머니도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말이라도 하고 와야지라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출근하시기 전에 잠시 카페에 들려 이야기를 나눴다. 어렸을 때는 내가 잔소리를 듣는 편이었다면 나이를 먹으니 내가 부모님에게 하는 잔소리가 더 많이 늘었다. 늘 하고 나서 후회하는 부분이다.


어머니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늘어놓고, 누나에게 연락하여 점심을 얻어먹기로 하였다. 형제, 자매, 남매 사이는 어릴 때보다 나이 먹으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녹녹지 않은 세상에서 피붙이가 한 명이라도 더 있는 게 소중해서 그런 듯하다.


직장인이 되고 자취를 시작하니 가족이란 무슨 일 없으면 딱히 연락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가끔 씩 찾아볼 때 훅훅 늙어가는 부모님을 보면 마음이 아파올 때가 있다. 어쩔 때는 뒷모습만 봐도 눈물이 떨어지고는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잘 움직이지 않는다.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지 무거운 내 몸뚱이를 움직인다. 휴가도 그랬다. 여행이라는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지 휴가를 내곤 했다. 하지만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의미가 생길 수 있다고 느꼈다.


별다른 이유 없이 휴가를 냈기에 나는 가족을 찾았다. 움직이기 전에 이유를 찾고 움직이면, 효율적인 것 밖에 생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때로는 이유 없이 움직일 필요도 있다. 무의미에서 의미가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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