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끼니만 때우는 당신에게
점심시간은 직장 생활의 꽃이다. 아무리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순히 때가 되어 밥을 먹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혹시 있다면, 안타깝게도 당신은 직장인으로서의 행복, 기쁨, 여유, 즐거움.. 희열.. 또 자유, 오아시스 같은 것들을 아직 하나도 맛보지 못한 것이다.
왜 이렇게 점심시간을 강조하는가. 돈을 받는 대신 남이 시키는 일을 해야 하는 빡빡한 조직 생활에서, 점심시간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대로 채워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회사 근처 맛집 탐방을 하든
구내식당에서 후다닥 먹고 넷플릭스를 보든
정성스럽게 싸 온 도시락으로 식단 관리를 하든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고 혼자 노래를 들으며 산책을 하든
점심은 과감히 패스하고 운동을 하든
‘밥 먹으러 가지?’ 하는 소리에 습관적으로 따라나서던 점심시간이라면, 바로 내일 점심 단 한 번만이라도 금기를 깨는 선택을 해보자. 딱딱한 조직 분위기 때문에 마음대로 점심시간을 활용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예 불가능한 환경이 아니라면, 한 번의 용기로 하루 한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한 시간 남짓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그 시간 만이라도 살아지는 대로 살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택한 방법은 점심시간에 ‘최대한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다. 회사 근처에 베이글을 전문으로 하는 베이커리 카페가 있어서 점심 먹으러 종종 들린다. 일찍 가지 않으면 한참 웨이팅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그 집이 잘하는 집이기도 하지만, 요즘 식사용으로 베이글이 인기가 많은 것 같다.
베이글만큼 종류가 다양한 빵도 드물다. 디저트로 즐기는 초코 베이글과 연어 양파 루꼴라 토마토를 넣은 참깨 베이글 샌드위치는 같은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참 맛도 생김새도 다르다. 그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플레인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발라먹는, 가장 기본적인 스타일이다. 아주 오래전의 일인데 아직 우리나라에서 베이글이 지금만큼 유행하지 않았을 때였다. 학교 선배 한 명이 내가 베이글을 가로로 반 잘라 크림치즈를 발라먹는 것을 보고 왜 그렇게 어렵게 먹냐며, 그냥 빵처럼 뜯어서 조금씩 발라먹으면 되는데 이렇게 희한하게 베이글 잘라먹는걸 처음 봤다며 유난이라고 핀잔을 줬다. 지금이야 베이글 하면 가로로 자르는 게 국룰이지만, 그때만 해도 익숙치 않은 방식이니 어색하게 느껴질 수는 있겠다 싶었다. 뉴욕에선 이런 스타일로 먹는다고 알려주며 선배의 무지함을 일깨워줄까 하다가, ‘난 그냥 이렇게 먹는 게 좋아요’라고 하고 말았다. 어차피 먹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고, 뭐가 맞다 아니다 보다 내가 원하는 걸 내가 원하는 대로 먹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점심시간도 마찬가지다. 점심시간은 하루 8시간(보통 더 하지만)을 업무 할 때 법적으로 정당하게 주어지는 휴게시간이다. 주위 사람들이 정해놓은 스타일대로 즐길 필요도 이유도 없다. 무슨 베이글을 어떻게 먹든지 베이글은 베이글인 것처럼. 지금 당장 나를 가장 기분 좋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점심시간의 금기를 깨 보자. 이브, 프시케, 그리고 내 마음대로 채우는 나만의 점심시간이 빡빡한 나의 사회생활에 조금의 여유를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