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_그대 앞에만 서면

관계의 문제로 힘들어하는 당신에게

by 옆집여동생

나와 친하게 지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알겠지만, 나는 마카롱을 매우 좋아한다. 누군가 나에게 마카롱에 미친 여자라고 마미녀라는 별명을 붙여 주기도 했었다. 대학생 때 선물로 받아 처음으로 마카롱이란 걸 먹어봤는데, 사실 첫인상은 ‘달아 빠지기만 한 비싼 과자’였다.


그 후로 한동안 먹을 기회가 없다가 나와 나름 연분(?)이 있었는지 우연히 또 마카롱을 선물 받게 되었다. 버리기엔 아까우니 집에 있던 홍차와 함께 하나를 꺼내 먹었는데, 뜻밖에도 예전에 먹었던 그 달아터진 맛없는 디저트가 아니었다.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과자(꼬끄) 속에 깊이 있고 풍부한 필링(가르니뛰르)이 조화로운, 내가 먹어본 어느 디저트 보다도 고급스럽고 세련된 맛이었다.


마카롱도 파는 집에 따라 만드는 스타일도 재료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두 번째로 먹었던 마카롱이 내가 처음에 먹었던 것보다 절대적으로 내 입맛에 맞는 마카롱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홍차를 곁들여 먹은 게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싶은 게, 그 후로도 다른 음료와 먹을 때는 그다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커피, 녹차, 우유 등 이런저런 음료를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 마카롱에는 홍차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결론을 내렸다. 맛이라는 게 지극히 개인의 취향을 따라가는 거라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달고 묵직해서 목 아래로 부드럽게 가라앉는 마카롱의 식감이, 쌉쌀하면서도 경쾌하게 코 끝으로 퍼지는 홍차의 향과 서로 겹치는 부분 없이 오감을 만족시켜 준다고 생각한다.




직장 생활에도 마카롱과 홍차 같은 관계가 필요하다.


나를 더 움츠러들게 만드는 사람, 초라해 보이게 만드는 사람, 자책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굳이 콜라에 팝콘이 아닌 마카롱을 함께 먹으면서 욕할 필요는 없다. 단지 어울리지 않을 뿐이다.


관계의 문제로 힘들어하는 동료들 중에, ‘내가 너무 부족해서.. 내가 뭘 잘못해서..’라고 자책하며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런 사람들에게 마카롱은 꼭 홍차와 먹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홍차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입맛에 딱 맞는 걸 고르는 데는 시간과 수고가 들어가겠지만, 굳이 냉장고에 있는 김 빠진 콜라에 맞추려는 노력은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하루이틀 사회생활 할 거 아니면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 마카롱의 진짜 매력을 알아주는 사람을.


회사생활은 바닥 친 자존감을 수시로 끌어올리는 과정의 연속이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랬다. 부족한 능력을 채우기 위한 노력도 물론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잘하는 걸 더 잘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 함께 있을 때 더 반짝거리는 사람을 만나기 위한 기다림 또한 필요하다. 아무리 목놓아 기다려도 그런 사람이 올 기미가 눈곱만큼도 없는 곳에 지금 있다면?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상큼한 레몬 마카롱 하나 입에 때려 넣고, 나에게 맞는 홍차를 찾으러 잡코리아로 떠나자. 왜 아직 거기에 있는가. 버티지 말고 벗,튀어..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6화#5_내가 돈이 없지 빵이 없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