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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 Sep 24. 2024

쳇 베이커가 구워주는 빵을 먹으며 곰인형을 생각하다.

오로지 곰인형에 대한 글이다.

햐미와 내가 만난 건 우연이었다. 학교에서 마치고 돌아오니, 예정에 없던 하얀색 곰이 있었다.

털은 보드라웠다. 사진 하나 찍어두지 않은 것이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점이다. 이 손님은 오래 머물 것 같았다.

"엄마가 산거야?"

"아니 세탁기 샀는데 거기서 줬어."

그렇게 우연히 우리는 만났다.


그런데 우리가 소중해진 이유는 내가 그를 길들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애초에 그런 것을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나이에 대해서도 딱히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나는 그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영어라면 it으로 표현했겠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생명력이 있었던, she나 he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냥 곰이라 하자.



Chet Baker - I Get Along Without You Very Well  (Hoagy Car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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