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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로 산다는 것

1년 차 교사가 말하는 초등교사의 장점과 단점

by 연하

그 집단에 오래 있었던 사람보다 갓 들어온 사람이 그 집단의 특성을 잘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집단에 오래 있었던 사람은 그 집단의 문화에 물이 들어 무엇이 좋은 지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재작년과 작년 합쳐 1년 정도 동안 다른 지역에서 기간제 교사를 하고, 발령을 받은 공립 초등학교에서 교사를 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연말을 맞아 초등학교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직업윤리를 떠나,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


1. 하루 종일 시끄러운 장소에서 일한다는 것.


아이들은 정말 시끄럽다. 아침에 등교를 하자마자 쉴 새 없이 애들이 떠들어서 집중해서 해야 하는 업무는 애들이 있을 때 못한다. 그리고 너무 힘들었을 때는 주말 사람들로 꽉 차있는 카페에서 답답하고 짜증을 느껴 다시 나온 적이 있다.


2. 울고, 싸우고, 때리고, 욕한다. 학부모도 전화가 온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리고 교사는 그걸 계속 말려야 한다.

"얘가 저 때렸어요."

"선생님 얘 울어요."

어른이면 자기가 해결해야 할 것들인데 24명이 다 나만 찾는다.

한 마디로 정신없다.


학부모는 자기 애 우선주의라는 걸 잊지 않고 대해야 한다.


3. 원한다면 굳이 수업 연구를 안 해도 된다.

임용고시 때 공부한 지식으로 우려먹어도 신분에는 지장이 전혀 없다.

물론 학교에서 참여하라고 하는 연수를 들으면서 강제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쌓게 될 때도 있지만

학습 자료가 제공되어 있는 교사용 사이트를 이용하면 클릭충 교사가 되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물론 열심히 하는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직장인으로서 중요한 부분이니.


4. 관리자(교감, 교장) 눈치 안 봐도 된다(공립이라면 특히)

물론 학기 중 연가 사용이나 방학 중 해외 가는 것에 연가를 섞었으라는 관리자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외에는 딱히 눈치 볼 필요가 없다. 물론 본인이 기가 약해 다른 사람이 자기를 싫어하는 것 같거나 욕먹는 걸 못 견딘다면 힘들 수 있지만 마이웨이하고 싶다면 가능하다. 아르바이트나 일반 사기업은 상상도 못 한 것이지. 그리고 소위 말하는 '또xx' '미친 x'는 관리자도 오히려 잘해준다. 감당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노선을 확실하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5. 쉴 수 있는 시간이 상당히 많다.


영어, 과학, 체육 전담시간 등은 교사가 교실에서 쉴 수 있다. 그래서 얼마 전 저연차 교사가 퇴직하는 이유 중 저연봉에 대한 근거 자료에 최저시급을 약간 웃도는 월급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상사 눈치 안 보고, 중간중간에 쉬는 시간도 있고, 점심시간도 포함된다는(물론 애들을 지도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측면에서 최저시급 받는 단순 아르바이트보다는 확실히 형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6. 부장 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연차 차면 억지로 일 더 해야 할 수 있다.

월급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그냥 부장 안 하고 워라밸 챙기면서 교사해야지.라고 마음을 먹었어도, 내가 있는 학교에 부장 하려는 사람이 없으면 억지로 일 더 하게 될 수가 있는 것이다. 어떤 학교는 그래서 부장이 아예 없고 일 나눠서 하는 학교도 있다고 하는데 내가 직접 겪어보지는 않아서 모르겠다.


7. 옷 차려입고 가지 않게 된다.


어차피 애들 식판 떨어뜨리고 색연필로 찍- 그을 위험이 있고, 불편한 옷은 안 찾게 된다. 이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나시 입고 반바지 입고 교무실 불려 갔으니 복장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한테는 억압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를 종합하자면, 대충 해도 안 잘리는 직업이다. 그리고 아무도 모른다.

반면, 그렇게 일하면 보람을 못 느끼고 애들이랑 학부모가 귀찮고 짜증 나고

그냥 월급 받는 생활자로 사는 것이다.

딱히 인간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발전도 없고 경력도 되지 않지만

통장 잔고는 확실하게 남들 정도 불릴 수 있다.


그리고 딱히 내가 선생님 같지는 않지만 선생님 대우를 받으며 뭐가 된 것 같은 사람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 학생과 선생이 함께 연기하는 것이다.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선생 연기에 대한 학생의 보상이랄까.


그리고 늘 그렇듯 공무원이라는 한계에서 오는 겸직 등에 있어서의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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