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를 하지 않고 사진을 찍지 않는다.

생의 의미

by 연하

올해 초인가 삭제했던 인스타를 다시 만들었는데 어젯밤에 다시 어플을 삭제했다. 계정은 삭제하지 않고 어플만 삭제했다.


인스타를 하지 않으니 퇴근 후 쉴 시간이 늘었다. 나에게 인스타는 딱히 쉰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나 보다. 나를 표현하는 재미로 인스타를 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용도로, 직접 만나지는 않는 사람이라도 무엇을 하며 사는지를 알 수 있으니 그게 좋았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를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실시간을 볼 수 있게 된 것이 불과 몇 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내가 보이고 싶은 대로 보여줄 수 있어 남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나처럼 인스타를 하는 사람 말고 정말 그것이 퍼스널브랜딩이 되는 사람도 있다. 블랙핑크 제니의 인스타 피드 하나가 몇 억인가 몇 조라고도 하지 않느냐.


제니가 나를 보면 돈을 정말 힘들게 번다고 생각할 것 같다.

외모도 돈을 금수저, 은수저 하듯 가지고 태어나 인생을 수월하게 살 수 있게 해 주는 게 맞다.


어쨌든 나는 인스타를 적어도 일주일 간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왠지 나는 그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스타를 하지 않음과 동시에 사진과 글을 바로 쓰지 않기로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하루키의 여행법에서도 말을 했던 것인데 자신의 몸을 녹음기와 사진기로 쓴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헤어진 날에 이 감정을 기억해놓고 싶어 버스 안에서 글을 썼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그런데 딱히 떨어뜨리지도 않았는데 노트북이 켜지지 않았고 하드디스크 손실이라 20만 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노트북은 예전에 오래 썼어서 깨진 자국도 있고 해서 아직까지 복구하지 않았다.


반면 버스 안에서 멍하니 창문을 열고 여름 공기를 맞으며 이어폰으로 음악을 틀고 그 감정을 오로지 느꼈던 또 다른 이별은 4년이 넘은 지금도 내 안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오히려 당일에는 전혀 기록하지 않았는데도.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사진으로 찍으면 되니 풍경이나 인테리어 등을 자세하게 보지 않게 된다. 나중에 사진 찾아보면 기억나겠지, 이런 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내가 느끼기엔 내 몸이 사진이나 영상, 녹음기보다 정확한 것 같다. 영상을 볼 때만 기억되는 사람이 되는 것도 너무 허탈하지 않나.


그래서 나는 한동안 인스타를 하지 않고 사진을 찍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내 눈과 귀로 듣고 시간이 얼마 흐른 후 불순물이 정제되면 글로 한 자 한 자 옮겨볼 것이다.


생의 의미를 작년 이맘때처럼 매일 내가 느끼는 것을 글 한 편으로 표현하는 데 쏟을 생각이다.

나는 의미를 찾지못하면 똑바로 사는 것이 힘든 사람이므로.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에게 왜 그런 일이'가 아니라 그냥 일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