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서 그의 집까지 뛰어서 10km

지금까지 내 모든 게 틀린 건 아니라고 말해

by 연하

해가 내리쬐는 7월의 어느 낮, 5호선 광화문역에서 내려 사람들과 함께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근다. 더위를 식히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몸을 움직여 달린다. 달리다 보니 어느덧 표지판은 안암, 제기동을 나타낸다. 물이 넘치면 수문이 열린다는 팻말도 보인다. 물이 고여 쾌쾌한 냄새가 난다. 밤 산책을 하는 사람을 위해 땅에는 점으로 된 초록색 전등을 박아두었다. 돌아오는 길에 또다시 평화시장이 보였다.


지하철이든 버스든 이미 막차는 떠난 시간,

청계천에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를 들으며 일요일 밤을 지새운다.

앞에는 경찰버스가 있고 경찰관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순찰을 돈다.

목이 말라 편의점에서 생수 한 병을 산다.


청계천에 드러누워 잠을 잘까 하다 저 멀리서 어떤 남자가 걸어온다.

약간은 무섭다.

그러다 마침 비가 내린다. 내가 있는 곳만 천장에 돌다리가 있어 비를 막아준다.

이 남자와 비가 내릴 때까지 어둠 안에 갇혀있어야 하는 것일까.

그 순간 이 남자는 비를 뚫고 어디론가 달려간다.


비가 그치고 조금 안전한 곳에서 자고 싶단 생각을 한다.

무인 모텔에 들어간다.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서성이고 있으니 주인이 나와 임의로 방을 내어준다.

3시간만 자다가 첫 차를 타고 가면 되는데 7만 원이라고 한다.

그럴 돈은 없다.


다시 나온다. 주변은 어둡고 아무도 없다. 달려서 청계천까지 다시 온다.

아까 생수를 산 슈퍼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충전하고 다시 듣는다.


새벽 5시, 건물의 불이 하나둘씩 켜진다.

사람들은 곧 출근을 하러 올 것이다.

나는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탄다.


그 여름을 나는 네가 있는 곳을 향해 떠돌아다닐 뿐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wHy3zRw-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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