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자, 교장 선생님께 메신저가 와있었다. 이다혜선생님, 오늘 수업 마치고 교장실로 오세요. 헉, 오늘 조퇴 쓰려고 했는데.
“여기 보세요.” 교장실의 탁자 위에는 사진 한 장과 200페이지 정도 보이는 카톡대화와 챗 gpt 대화 목록, 동영상이 보이는 노트북이 놓여있었다. “오늘 교육청으로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학교 메일로 첨부파일 세 통이 왔어요. 교육청으로 소명서를 제출하라고 하더라고요. 내가 조금 전에 살펴봤는데 이건 까딱하면 면직감이에요."
정연우. 이건 무조건 정연우의 소행이다.
교사가 되어 이곳 파주로 발령받은 지 2개월 정도 되었을 때 혼자 집에 있는 것이 너무 외롭고 견디기 어려웠다. 그 무렵 금요일 밤은 항상 서울로 나갔었는데, 그때 헌팅포차인가 클럽에서 만나 6개월 정도 사귄 남자친구가 이런 식으로 엿 먹일 줄이야.
교장이 건넨 자료를 하나씩 살펴봤다. 첫 번째 사진은 홍대에 있는 성인용품샵에서 샀던 코스튬 의상을 입고 찍은 사진이었고, 두 번째 문서 목록은 정연우와 6개월 동안 사귈 때 나눴던 대화목록이었다. 학교에서 스트레스받을 때 했던 교장 뒷담화와 내가 아무도 없을 때 교실에서 하는 행동들과 학교와 아이들에 대한 생각을 나누곤 했다. 마지막 동영상은 정연우가 내 역할을 하고 내가 교장역할을 맡아서 스탠딩코미디를 했던 것을 찍은 영상이었다.
“소명서 양식은 어디서 받으면 될까요?”
“양식이 어딨어! 알아서 찾아서 하는 거지 ” 아이쿠, 교장이 버럭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밟힌 지 얼마 안 된 그레고르 잠자 마냥 몸을 꿈틀댔다. 아이고 민망해라. 앞으로 당신이 보게 될 이 글은 144페이지에 도달하는 소명서이다.
(생략)
소명서 제출했는데 못 받아주겠다네요. 더 할 말 있으신가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
“수험번호 24601, 면접장으로 들어오세요.”
“안녕하십니까, 수험번호 24601번 이다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