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혼자 도쿄를 가게 된 이유는 무엇이신지에 관하여
어째서 겨울 도쿄였을까
좋아하는 친구가 일본 관련 전공이다.
도쿄 가기 전 거의 반 년동안 많이 읽었던 소설 작가가 일본 사람이었다.
여름에 잠깐 이야기를 나눴던 동갑내기 친구가 J-POP을 좋아한다고 했다.
혼자 여행 가기 만만한 곳도 도쿄였나
하루키 도서관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노르웨이의 숲에 나오는 나오코와 와타나베 산책씬이 나오는 장소를 걷고 싶었다.
겨울방학이 오기 직전, 몸이 좋지 않았다.
겨울이 오면 언제 감기가 걸릴까 조마조마해진다.
엄마가 감기약을 챙겨서 여행을 가라고 해서
약국에 들러 인후통약과 종합감기약 몇 가지를 샀다.
인천공항까지 가는데 2시간 정도가 걸렸고, 공항에서 기다리다가 비행기를 타고, 나리타공항에서 내려 숙소까지 가는데 꽤 오래 지하철을 탔다. 일본어 안내방송과 간판에 갑자기 한국어가 없어져서 속이 메스꺼워졌다.
일본어 울렁증.
숙소는 신주쿠에서 약간 거리가 있는 신오쿠보역에 위치해 있는 캡슐호텔이었는데, 쾌적했다. 한인타운이어서 가게에 가서 김치사발면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최대한 빨리 사서 울렁증이 더 심해지기 전에 맨 위층 숙소 소유의 로비 겸 카페에 가서 컵라면을 먹었다.
도쿄에 간 이유는 한국에 있어도 외롭고
도쿄에 가도 외로울 거라면
차라리 새로운 풍경 안에서 외로운 게 좀 더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2025년이 시작되어도 아직 방학을 하려면 일주일 하고도 며칠이 더 남아서 새로운 해가 시작된 것 같지가 않았다.
첫날밤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평소와 다른 점이라고는 오늘은 혼자 잠에 들지 않고 수십 개의 캡슐 안에 들어있을 사람들과 같이 잤다는 것이다. 몸을 쫙 펼 수 있는 작은 캡슐 모양의 공간 하나에도 나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캐비닛에 놓인 캐리어 하나와 그리 크지 않은 나의 몸. 세상에서 내가 차지하는 공간이다. 이 크다고 하기도, 작다고 하기도 애매한 몸 안에 온갖 기억이 있구나. 하나의 세계가 들어있구나. 그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사실 이 생각을 그때 했는지는 자세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무의식 중에서라도.
도쿄에 가기 전 가이드북과 도쿄 지도를 샀다. 사실 중심에서 벗어난 곳 중 몇 군데를 조금 더 가고 싶기도 했는데, 여행 계획이 하루 짧아져서 몇 군데를 빼야 했다.
여행 계획이 하루 짧아진 이유는 원래 방학식 이후에 바로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폭설때문에 휴교를 하면서 방학이 하루 미루어져서 비행기도 수수료까지 주면서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것도 연가 쓰려고 교장실 찾아갔는데 안된다고 해서 일이 좀 있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바로 떠나고 싶을 정도로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생활권을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여기라도 벗어나면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다는 희망이었을 수도 있다.
디즈니씨랑 미나토미라이 정도를 빼기로 했다. 도쿄 공항으로 출국해서 오사카 공항에서 입국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미 비행기를 예매하고 시간이 많이 흐른 후였기에 다음 기회에 조금 더 긴 여행을 고려해 보기로 했다.
그쯤에 친구가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소모임앱을 통해, 새로운 모임에 들어갔었는데 역시 친구가 되기란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임을 깨달았다. 여름에는 런크루에도 가입했었는데, 차가 없는 나에게는 30분 뛰고 혼자 외로이 오기에는 또 조금 먼 거리여서 혼자 뛰고 말지, 라면서 가지 않았기에 혼자 서울 놀러 다니기만 했다.
25살에 혼자 해볼 수 있는 건 다해보려고 발악.. 했다.
낯선 도시에 혼자 떨어져서 살았던 1년이 저물어가고 있었기에, 일본어가 조금 불친절하게 들렸다는 것 말고는 도쿄가 크게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거리에 자판기가 참 많다는 생각. 간판이 한국어인 게 당연하지 않다, 는 생각 정도 했던 것 같다.
너무 사전 조사를 열심히 한 탓일까 한국에서는 피곤함이 몰려왔었는데, '숙소 나름 괜찮군, 내일은 먼저 신주쿠와 신부야를 가보자', 정도를 생각하고 잠에 든 게 도쿄에서의 첫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