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이 불분명하다는 게 문제가 될까요.
그들에겐 나도 신원이 불분명해서 괜찮아요."
그는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끊임없이 변화함으로써 자신을 오해하도록 했다.
그는 단 한 번도 해명하지 않았다.
"우울증이라는 말보다 우울이라는 말을 더 좋아해요.
1분 전에 우울했지만, 지금 내 눈앞의 당신을 보니 기대가 되네요."
"메타포를 좋아합니다. 그냥 느끼세요.
오월 말, 여름을 맞이하며
환한 미소를 띤 얼굴로
아침 일찍 문 밖에서 나를 기다리던
선풍기 상자 안의 조립 설명서처럼
하나하나 설명해야 할까요
그냥 느껴봐 날."
"연애 강의 같은 거 너무 매력 없다고 생각해.
그냥 감각으로 모르는 걸까
구체적인 단어
막상 써놓고 보면 하나도 아름답지 않은 것들을
사람들은 하나하나 배우고 써먹는 건가."
"방법을 알아도
왜 저게 통하는지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인간의 고통에 대해, 관능에 대해 한 번도 성찰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가 없어,
'감'을 모르면 죄다 헛수고인 걸.
머릿속을 아무리 지식으로 채워 넣어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자들은 별 수가 없어.
아무리 비유를 연구하고 글을 써도
어느 깊은 여름 우수에 젖은 밤 무작정 써 내려간 글보다
더한 울림을 줄 순 없겠지.
수학, 과학, 체육 천재는 있어도 문학 천재는 없는 이유랬지,
못 느끼는 스스로가 안타까울 뿐"
"Brother, if you don't get it, there is no way I can tell you."
-Louis Armstrong
A Streetcar Named Des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