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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 Sep 21. 2024

배우가 된 이유

천의 얼굴을 가진 그녀의 비밀

"끔찍한 내 인생" 그녀가 나지막이 내뱉었다.


그녀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삶이 지겨워졌다고 했다.

23년째 보고 있는 자신의 얼굴과 성격이 지긋지긋해졌고 했다.


"여러 가지 삶을 살고 싶으면 배우를 하면 돼."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거울 속 자신을 지겨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말하곤 했다.

그녀가 한 사람과 관계를 오래 유지하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었다.


"새로운 배역에 몰입하는데 방해가 돼.

예전에 입던 옷들은 상자 안에 넣어서 깊숙이 넣어버려.

종이 일기장은 쓰지 않아.

모두 인터넷에 기록한다. 그게 원칙이야.

손에 잡히는 형태로는 남겨놓지 않아.

물론 그 배역이었을 때 쓴 일기들은 소실되지 않게 확실하게 해 놓지.

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내가 쓴 원고가 있는 집이 불로 활활 타고 있는 광경은 보고 싶지가 않거든."


메이크업, 옷, 인물 분석까지 철저히 한 후 연기에 돌입한다.

그녀는 지금 이 역할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 역할은 잘 맞아서 6년째 하고 있어요. 이렇게 길게 한 적은 처음이에요."


"인물의 역할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하는 건가요? 아니면 아예 100% 창작인가요?"


"책에 등장한 캐릭터가 매력적일 때, 그중 제가 취할 수 있는 무언가를 취해요. 아이유 콘서트 의상에서 영감을 받은 적도 있죠."

"그렇게 살면 구체적으로 어떤 게 좋나요?"

"앓는 소리를 안 한다는 것.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나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 욕먹는 건 내가 아니라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니까요."


"아, 사람들은 왜 모를까요. 마음먹기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김영하


재즈의 계절, 김민주, 북스톤 p.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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