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벅이라는 플랫폼을 선택한 이유
텀블벅(tumblbug)은 무엇일까? 검색창에 텀블벅이라고 검색하면 '모든 사람의 창조적인 시도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라는 부제가 뜬다. 나는 그 문구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나는 '모든 사람'이면서 '창조적인 시도'를 하는 개인이었기 때문에. 사실 독립출판물을 너무 만들고 싶었지만 누가 내 책에 관심이나 줄까 싶었고, 무작정 자비를 들여 출판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부터 책을 내게 된다면 크라우드펀딩 즉, 후원의 개념으로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는 텀블벅 말고도 와디즈, 아이디어스 등 다양한 홈페이지가 있다. 그러나 가장 유명한 플랫폼인 텀블벅을 선택했다. 처음 텀블벅을 알게 된 건 2016년도 즈음이었다. 창작물에는 독립 서적이나 소품 같은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옷이나 가방 생활용품, 인테리어 소품, 공연과 같은 무형의 예술 등 정말 다양했다. 홈페이지에 자신의 창작물을 소개하고 이벤트를 계획하고 하는 모든 것이 창착자의 몫이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에 호기심 어린 눈으로 홈페이지를 구경했다. 그중에 눈에 띄는 여름 벙거지 모자 하나를 구입해보았다. 창작자가 설정한 후원기간이 있기 때문에 몇 주간의 기다림이 필요했지만 생각지 않고 있다가 택배를 받는 것은 마치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는 기분이었다. 꼼꼼하게 포장되어 나에게 돌아왔을 때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번에 나도 이 플랫폼을 이용해야지 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출판 인쇄소 대표님과 책에 대해 컨설팅을 받았고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기 위해 1차 제본을 맡겼다. 샘플 본을 받아봐야 판형이나 실물에 대한 상세 정보를 기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샘플 본을 받아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예쁘게 나와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실물은 3,4일이면 받아볼 수 있었다. 그 주 주말에 내 책과 어울린만한 카페를 몇 군데 정하여 촬영 날을 잡았다. 카메라는 취미로 2014년에 구입했던 Cannon EOS 700D 모델을 사용했다. 홍보영상은 선택인데 혹시 필요할까 하고 촬영을 해두었다. 실물과 표지와 내지 사진이 준비되었다면 텀블벅 홈페이지로 들어간다. 자세히 알아보니 홈페이지에서 나의 프로젝트에 대해 승인을 받아야 했다. 회원가입을 하면 내 페이지가 있다. 여기서 프로젝트 올리기로 들어가면 아래와 같이 프로젝트 공개 검토 기준이 뜬다. 기준에 해당된다면 계속하기를 클릭한다.
계속하기 다음 화면은 다음과 같다. 크게 4가지의 목차(프로젝트 개요, 펀딩 및 선물 구성, 스토리텔링, 계좌 설정)를 완성해야 프로젝트 검토 요청을 할 수 있다. 빈칸을 성실하게 채우면 한 섹션당 앱 아이콘에 파랗게 불이 들어온다. 어떤 내용으로 스토리텔링 할지 고민된다면 성공한 프로젝트나 나와 성격이 유사한 콘텐츠의 프로젝트를 참고하면 좋다. 프로젝트 개요의 대표 이미지는 미리 촬영해둔 것으로 표지의 정면 또는 책등이 살짝 보이는 측면으로 해야 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선택하여 등록한다. 프로젝트 요약은 한 줄로 나의 책을 소개하는 것이니 센스 있는 부제목을 달아주자.
하루 만에 프로젝트 섹션을 모두 완성할 수 없다. 물론 가능한 능력자분들도 계시겠지만, 따로 저장버튼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걱정 마시라. 화면을 나가도 자동으로 저장됐던 것 같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를 고심해서 내용을 채우고, 이미지를 채우고, 기간도 설정하고, 가격도 정하고 하다 보니 드디어 네 개의 섹션에 파란 불이 들어왔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검토 요청하기를 눌렀다. 승인 내용은 메일로 받아볼 수 있는데 일주일 정도 걸린댔는데 주말이 지나고 바로 승인이 났다. 간단한 보완사항만 수정하라는 코멘트를 달아주시고 프로젝트를 실행해도 좋다는 승인이었다.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게 밀어주고 후원해주는 단어를 사용하라는 텀블벅의 취지가 좋았다. 나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점검하며 단정하게 해주는 기분이었다.
텀블벅을 진행하면서도 중간중간 스토리텔링 내용은 수정할 수 있어서 아주 편리하다. 그런데 목표금액과 펀딩 마감일, 대표 이미지는 수정이 불가하니 신중하게 시작하도록 한다. 소소하게 펀딩금액 달성 이벤트도 진행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직접 드로잉 한 해바라기 스티커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했다. 반응이 좋아서 나중에는 굿즈를 다양하게 제작해볼까 한다. 프로젝트를 실행하면 텀블벅 주소가 생성된다. 이 주소를 복사하여 SNS를 통해 지인들에게 알렸다.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워서 하루 만에 텀블벅 목표금액을 100% 달성했다. 사실 인쇄소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봤을 때 나의 목표 금액은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책을 낸다는 것 그것에 모든 의미를 두었으니까. 결국 200% 이상을 달성하고 적자없이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펀딩 마감 후 중요한 것은 포장 및 배송 업무인 것 같다. 얼마나 약속한 시일 내에 후원자들에게 안전하게 선물을 전달하는가 하는 것. 배송기간을 좀 넉넉하게 잡은 것도 있었고, 펀딩을 진행하는 3주 동안 캘리그래피 같은 굿즈 작업을 미리 해두었다. 책 포장도 고민이 되었는데 평소 크라프트의 빈티지함을 좋아하기도 하고 환경을 생각해서 종이포장을 할 생각이었다. 크라프트지에 스트라이프 끈을 묶은 책 포장을 눈여겨보았다가 비슷한 재료를 준비했다. 혼자서 100건이 넘는 포장작업을 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했지만, 다행히도 주변에서 도와주겠다는 친구들의 고마운 마음도 있었고 손재주가 좋으신 선생님의 도움으로 정말 수월하게! 포장작업을 마쳤다.
크라프트지도 처음에는 인터넷으로 재단까지 주문했었는데 재질을 직접 보고 고른 것이 아니라 너무 실망스러워서 다시 발품을 팔아 큰 문구점에 가서 커다란 재단 지를 사서 손수 잘랐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했어도 정성을 담아 한 권 한 권 포장했던 시간들을 배송 후에 다들 알아봐 주셨다. 펀딩의 90%는 지인들의 후원이어서 더 마음을 담아서 포장에 신경을 썼던 것 같다.
텀블벅을 마감하면 후원자들의 연락처와 주소지를 엑셀 파일로 열람해볼 수 있다. 그동안 무명이나 별명으로 후원했던 분들의 실명을 공개하는 날! 생각지 못한 지인으로부터 큰 금액의 후원을 받기도 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라 얼마나 감동을 했는지 모른다. 감동의 눈물을 닦고 이제 배송업무가 남았다!
택배는 우체국 택배를 이용했다. 사실 책이 얇아서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았어도 건당 가격이 3,500원~이었고 7월 이후로는 4,000원~으로 올라서 택배비가 은근 부담되었다. 여기서 팁이라면 텀블벅에 선물 유형마다 금액을 정할 때 택배비를 포함한다. 미리 택배비를 알아보고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알아 본 뒤 금액을 설정하면 좋을 것 같다.
택배 건수가 정말 많으면 방문 수거하는 루트도 있는데 나의 경우 택배 건수로는 100건 미만이었고 방문수거를 신청하면 택배비가 5000원 이상이라 포기했었다. 몇십 권씩 두 세 상자에 나눠서 들고 낑낑대며 우체국을 방문했던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온다. 보다 나은 방법이 분명 있었을 텐데 잘 몰라서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운이 없게 나의 수십 건 택배 폭탄을 맞으신 접수처 직원분께 죄송하고 감사했다. 나도 택배 하나마다 수기로 주소지를 적어서 붙였는데 그 때문에 직원분도 타자로 그 자리에서 주소지와 연락처를 확인하셔야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인터넷우체국에서 예약접수를 하면 집에서 프린트를 할 수 있나 보다. 주소를 손으로 기록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서로의 고생을 덜어주는 방법을 잘 찾아야 한다..!
혼자서 이름 없는 작가가 된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혼자라는 한계를 느꼈을 때가 독립출판물 제작과정에서도 물론 있었지만 배송과 마케팅하는 부분이 더욱 컸다. SNS에 홍보하는 것도 사실 너무 부끄러워서 적극적으로 못했던 것 같고 팔로워도 많지 않아서 사실 어떻게 홍보하는지도 모르겠었다. 그냥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정도로만 해서 그 부분이 조금 아쉽지만 아낌없이 응원해주는 많은 사람들 덕분에 내가 얼마나 사랑받는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다. 정말로 고마운 마음을 많이 느꼈던 프로젝트였다. 이후에 내가 다시 독립출판을 어떤 방향으로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번의 큰 경험을 안고 받은 사랑을 더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다.
모든 창조적인 시도를 하는 창작자들을 응원하며 더 좋은 작품으로 우리가 다시 만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