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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좋은 말

말들은 연료가 된다.

by 하늘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시의적절할 때 누군가 해주었다면,

엄청난 전율을 느끼며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고 할 것이다.


세상에 예쁜 말, 따뜻한 말들은 넘쳐난다.

하지만 특정한 말이 유독 귀에 박이는 날은 따로 있다.

스쳐 지나가는 가벼운 말이었을지라도 자석처럼 철썩하고 내 맘에 붙어버린다.

마치 내가 신발을 사면 거리마다 마주치는 모든 이들의 신발만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나의 관심사와 요즘의 필요 같은 것이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이 된다. 말도 역시나.


듣고 싶은 말만 들을 순 없겠지만 듣고 싶은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낼 수는 있다.

그와 비슷한 키워드를 검색하고 그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만 공통의 관심사를, 우리의 교집합을 찾아 나선다.

내 곁에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사람들로 채워가려고 한다.

맞아 맞아 고개를 수십 번 끄덕이고 손바닥을 몇 번이고 부딪히면서.


그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은 진심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좋은 말도 그 순간뿐이라는 것이다.

이후의 결정은, 내 삶을 굴러가게 하는 건 결국 그 말을 듣고 행동으로 옮기는 내 몫.


오늘도 나와 비슷한 취향과 가치관을 가진 친구를 만났다.

늘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비슷하고 그래서 즐겁다.

내가 원하는 말들을 잔뜩 하고 또 들었다.

문득, 나는 공감을 얻고 싶었던 걸까. 앞으로 나갈 힘을 얻고 싶었던 걸까. 두려웠다.


듣고 싶은 말로 채우는 것도 나를 일으켜 세우는데 물론 필요하지만 나는 왠지 '너를 비난하는 친구와 가까이 지내라'는 화장실 명언이 떠올랐다. 그래도 아직은 비난받는 이야기 또한 두렵다. 비난 속에 진짜 조언을 골라내는 일이 너무 아플 것 같다. 그것이 무뎌질 때가 온다면 이미 많이도 나아가 있을 거다.


내일의 내 모습을 결정할 건 나인데..

어떤 말에도 무게를 두지 않아야 한다. 그저 지치지 않게 좋은 말과 비난의 말을 함께 채워야겠지.

말들은 연료가 된다. 그래도 페달을 밟는 건 내 몫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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