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_ 001 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
001 첫 번째 작가는 김연수 작가님입니다
첫 번째로 가장 아끼는 작가님을 소개한 건 오로지 저의 팬심 때문입니다.
김연수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은 독립 책방에서 집어 든 책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여자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성에게 분홍색을 당연시하는 것을 특히나 싫어합니다.
이런 신념 때문에 평소에 파란색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분홍색이라면 거부하는 마음까지 있지요. (물론 그렇다고 분홍색을 다 싫어하는 건 아니고 파스텔톤의 은은한 연분홍은 또 좋아합니다.)
이 책은 겉표지가 온통 분홍색이었어요, 그것도 밝은 분홍이요.
그래서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하얀색 글씨의 제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지 않는다는 말.'
저는 임용시험을 준비 중이었고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한 때였어요.
그래서 지지 않는다는 말이 포기하지 말자는 저의 다짐 같아서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나 봅니다. 문구가 좋아서 손을 뻗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긴다고 하면 될 것을 지지 않는다고 길게 말하나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작가의 말 중에서 지지 않는다는 말은 이긴다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그 말에 멈칫, 나도 모르게 성공과 실패, 승리와 패배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조금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런데 문장들이 너무 따뜻했습니다. 무심코 펼친 글귀에서 나도 모르게 마음에 위로가 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작가가 누구인지 처음으로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김연수. 여자분인 줄 알았어요. 표지가 분홍색이라 더욱이 그럴 것이라는 확신을 했죠.
그렇게 책을 구매하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포롤로그만 읽었는데도 '아, 이분은 정말 가치관이 나와 정말 비슷하구나.' 했습니다. 호흡이 짧은 문장이라 읽기도 좋았지만 그 안에 담긴 말들은 주옥같은 메시지를 품고 있었습니다. 어쩜 내 생각을 이렇게 예쁜 말로 표현해냈을까? 페이지마다 감탄을 하며 휘리릭 읽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밑줄을 치고 책갈피를 끼웠습니다. 책을 접고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유독 그런 페이지들로 넘쳐났습니다.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음 문장들이 기대되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려고 검색을 했는데 웬걸 남자분이셨어요,
저야말로 편견 어린 시선으로 책을 접했다는 사실에 제 자신에게 살짝 당혹스러웠습니다.
다시 작가님을 떠올리며 책을 정독했습니다.
평소에 운동이라면 질색하던 제가 달리기가 얼마나 좋은 것이길래 이렇게 작가가 극찬을 하나라는 생각에 달리기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라면 질색해서 도전은 해보지 않았지만 빠르게 걷는 것은 좋아해서 걸을 때마다 달리기 하는 작가님을 떠올리곤 합니다.
이후로 <청춘의 문장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등의 책을 접하면서 작가님의 겸손하고 깊은 사고에 존경을 더해갔고 가족에 대한 사랑과 따뜻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분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닮고 싶어 그가 나오는 유튜브 방송이나 인터뷰 기사 등을 찾아다니며 인터넷을 기웃거렸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작가님의 강연에 참석해서 직접 뵙고 싶습니다!
정말 분홍색 책의 표지만큼이나 사랑하는 말들로 가득한 김연수 작가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