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울: 직접적으로 일어난 파도가 아닌 바람에 일어난 물결
너울성 파도가 검색어에 있었다.
동해바다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였다.
어린아이들이 힘 없이 쓸려갔다. 그것도 모래사장에서 놀고 있었다는데.
엄마는 두 아이들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바다는 매몰차게 그들을 삼켰다.
사고는 연약한 것을 앗아간다. 너무도 순식간에.
무방비상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너무 허무하다.
너울은 풍랑과 다르게 마루가 둥글다. 마치 안정적인 모습으로.
하지만 폭풍 같은 바람에 의해 멀리서부터 순간 밀려온다.
너울은 해안에 도착하기까지 수천 km를 달렸을 것이다. 아주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그러다 급습하고야 만다.
너울 같은 결을 가진 사람이 있다. 평소에는 조용하고 온순한데 무언가 그의 심기를 대단히 건드는 사건이 발생하면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 놓은 분노가 한순간에 폭발해버린다.
그때의 소음과 상황은 아무도 말릴 수가 없다.
어떤 바람이 둥근 마루를 끌고 끝까지 달렸을까. 무고한 이들에게까지 밀어붙였을까.
너울이 우리를 삼키기 전에 상쇄될 수 있도록 그의 파동을 알아채지 못했나. 아니면 외면했던가.
우리의 다양한 결들이 부딪혀 파도를 상쇄시키기도 더 커지게 만들기도 한다.
파도는 마냥 흘러가는 줄 알았는데 그 안에서 다양한 마주침들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어떤 물결일까. 거친 파동을 잠재울 수 있는 힘이 있던가. 아니면 누군가의 파동을 더 커지게 만들던가.
그저 소망이 있다면 잔잔한 물결을 이루고 싶다. 어린아이도 발 담글 수 있는.
거친 파도 같은 모험은 할 수 없을지라도 잔잔하게 천천히 흐르고 싶다.
*20.09.28 뉴스기사를 바탕으로 상황을 참고했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