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실, 떠올라 떠올렸다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by 금요일


무질서한 상승 속
그중 하나가 꼭 당신을 닮았었다


구시가 광장은 족히 예닐곱날은 지나야 해가 질 것처럼 환히 빛났다. 그 파란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오색 물방울이 내가 본 것만 해도 족히 수천 개는 넘었다. 그 공연은 날 몹시 외롭게 했다. 시계탑의 열한 시 종이 울리는 것도 모르고 시선을 내맡기는 동안 아무도 내 곁에 서거나 어깨를 두드리지 않았으니까.



굳이 동심을 찾지 않아도 이 앞에서 사람들의 미소는 한 가지뿐이다. 씁쓸한 미소가 익숙하던 그도 이날만큼은 금발 여자아이와 같은 미소를 짓는다. 그들을 보는 내 미소도 역시 같다. 다른 얼굴 위 같은 미소를 보며 세상에 웃는 표정만큼은 하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럼 떠나던 날 그 사람의 미소 같은 것에 다시는 속지 않아도 되니까.



떠올라서 떠올랐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하며 고개를 들어 그들의 춤을 본다. 무질서한 상승 속 유독 시선이 하나를 쫓는다. 이윽고 거짓말처럼 그 하나가 덩그마니 남는다. 봄햇살을 받은 작고 위태로운 구슬에 이 광장이 비친다. 그리고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당신과 마주한다. 금방 터져 사라졌지만, 익숙한 눈빛에 이내 다시 떠올라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빈 캔버스만 보고 있다. 왜 하필 당신이었을까 생각하다 얼마나 간절히 그리워한 걸까,라고 끄덕인다. 내가 그 눈빛을 마주하지 못하고 흔들린 이유는 설탕찌꺼기처럼 남은 미련 때문은 분명 아니었다. 아직도 무엇에도 다시 간절해지지 못한 내가 창피했다. 그래, 난 적어도 당신만큼은 절실했었으니까.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말은 거짓이다. 누가 했는지 아주 짓궂은 농담이며 이뤄질 만한 것을 이룬 사람들의 속 없는 위로이다. 그동안 우리를 더 간절하게 만드는 것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아니었던가. 내 간절함이 부족해 당신이 떠났다고 인정하느니 차라리 내가 사실 아주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한 무리의 방울이 이번엔 나를 향해 날아온다. 역시 보지 않는 편이 나았어, 그리워하지 않았어야 했어. 라며 눈을 감는다. 너무 쉽게 이 곳은 암흑이 되고, 눈을 뜨며 꿈은 다시 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