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 그곳은 종일 같은 감동을 줬다.
이대로 잠시 숨을 멈춰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지
가슴을 긁어내는 듯한 시큰함도
족히 육칠백 개는 되는 것 같았던 계단을 오르는 그 날의 나에게 웃으며 말한다. 조금만 참고 올라 보라고, 곧 잔뜩 차오르는 그 숨이 잠시 멎을 만큼 감동적인 장면을 마주 할 테니.
구시가 광장의 화약탑. 그 곳에서 본 프라하가 내겐 가장 아름다웠다. 이제서야 너를 다 보는 기분이었다. 프라하 성 위에선 그 위용을 모두 볼 수 없고 구시가 광장 속에선 광장 풍경을 다 담을 수 없다. 나란히 걷는 동안 그토록 소중했던 그의 미소를 가장 많이 놓치게 되는 것처럼. 한 발짝 떨어져야 비로소 보인다. 새삼 네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숨을 멈추고 그대를 살펴본다. 이제야 너를 오롯이 다 마주하니 숨이 잠시 멎은 건지도 모르겠다.
유난히 따갑게 남았던 그 곳의 풍경. 한껏 멋을 낸 수백 년 석조 첨탑 사이 작은 창 사이로 새파란 풍경이 가슴을 찌른다. 쉴 새 없이 움직이며 가슴 한쪽 구석을 긁어내고 비집고 들어가 마침내 깊숙이 박힌다. 한참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 누가 나를 이렇게 무기력하게 했던가, 그 어떤 풍경이 이토록 나를 사로잡았던가.
처음 고개를 든 순간부터 쭉 해가 지고 어둠에 모두 뒤덮일 때까지 이대로 멈춰있어도 좋겠다 생각했다. 그럴 수 없다면 꼭 다시 만나고 싶었다. 적어도 프라하의 봄, 그 화려한 춤이 끝난 후에. 첫사랑처럼 떠올리고 그리워하다 다시 만났다. 사랑에 빠진 그 날이 채 지나가기 전, 다시 같은 장소에서.
비스듬히 떨어지던 해가 만든 키다리 그림자를 사람이 만든 조명이 여전히 붙잡아두고 있다. 나를 바들거리게 했던 봄햇살은 모두 사라졌지만 거리는 어둡지 않다.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숨었는데도 나는 공허하지 않다. 다시 인사를 건넬 필요가 없던, 적어도 내겐 처음 그때와 같은 풍경이었다.
화장을 지운 그 얼굴이 실망스럽기를 은근히 바랐다. 그 모습마저 사랑하겠노라는 나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낮과 조금도 다름이 없던 그 우아함이 내겐 다행이었을까 불행이었을까?
그 밤, 은밀히 마주한 그의 민낯이 오늘 유난히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