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아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사람은 누구나
보이지 않는 빨간 실을 새끼손가락에 묶고 태어난다고 한다
가만히 건너편 노부부를 보았다. 아마 이 곳에서의 첫 사람 구경이었던 것 같다.
예상보다 많은 비가 온 여행 마지막 날, 그 광장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단연 그 신사 손에 매달린 가방이었다. 청춘처럼 서로 반짝이는 눈빛과 활짝 핀 웃음으로 마주 보지는 않았지만 그들 사이의 온도는 그 시절보다 결코 낮을 리 없다. 그들은 지금 더 많이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내게 한 마디를 건넨다. 제법 많은 봄비가 내리는 오늘 날씨가 어쩌면 이 도시의 낭만과 더 잘 어울리지 않냐고. 그때 느낀 시원하고 명쾌한 기분은 머리칼을 타고 목을 따라 떨어지는 빗물 때문이었을까.
그들은 종종 어린아이의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세월이 내려앉은 머리색과 깊어진 주름은 얼굴을 변하게 했지만 미소만큼은 거짓말처럼 처음 그들이 사랑하던 그 날에 멈춰있다. 어쩌면 늙지 않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의 내가 그녀에게 짓던 그 날의 미소를 꺼내고 또 꺼내는 것처럼.
여행 내내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청춘의 활력이나 환호가 아니었다. 그것들은 너무 흔하다. 나도 이미 가진 것에는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말없이 잡은 노부부의 두 손, 앞으로 간 것보다 멈춰 선 시간이 많은 느린 걸음. 그 곳에선 그것들이 나를 자꾸 걷게 만들었다. 나를 하루라도 빨리 늙고 싶어 안달 나게 했다.
지구 건너편까지도 팽팽히 당겨지는 인연. 우리가 가까워지며 두 새끼 손가락 사이의 실은 뭉치를 이룬다. 시간이 지나며 더 크고 단단한 타래가 될 것이다.
거짓말 같지만 그 곳에서 나의 노년을 끊임없이 상상해보았다. 오늘처럼 종일 걸을 수 없지만 함께 앉아 쉴 수 있어 좋다고 말할 당신과의 여행을, 내가 당신과 함께 익어갈 시간들과 단단히 매여질 믿음들을.
그 날 꼭 내게 물어봐주었으면 좋겠다.
언제부터 나를 기다렸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