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만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아.
Prosím,
Toto (이거 하나요)
친절히 그가 건넨 영어 메뉴판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밤
두 번째 줄 중간 정도 가격의 무언가를 시킨다.
이 정도가 좋다, 술이야 뭐가 나오던 크게 상관없으니까.
딱히 즐기지도 않는 술을 찾아온 이유를 이제 떠올려보니
그저 이 시간, 이 곳에 있고 싶었던 것 같다.
어느새 티켓 한 잔이 찰랑이며 앞에 놓여있다.
역시 체코 맥주네
한마디 혼잣말 후에 아무 말이 없다.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참 많이 떠올렸다.
이제 좀 쉬어도 되겠다.
몇 번의 밤은 하나도 낭만적이지 않았다.
낮에 꿈에 올라 밤이면 굴러 떨어졌다.
놓지 못해 잔뜩 챙겨온 부패한 그리움이
역시 너무 무거웠나 보다.
비우지 못한 원망으로 십 수분이 흐른다.
그렇게 밤을 지나친다. 흩뿌려진 낭만을 외면한다.
내가 참 많이 방해했다, 내 여행을.
열한 시가 채 되지 않아 그는 내게 정중히 돌아가 달라고 한다.
결국 그대로 짊어지고 다시 나선다.
비를 맞으며 내던지는 발걸음이 이제 꽤나 자연스럽다.
아아, 오늘 밤도 참 길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