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를 한 눈에 담던 순간

너무 아름다워 믿을 수 없었던 단 하나의 장면

by 금요일
그 장면은 강한 빛 없이도 눈이 부시게 만들었다


이 도시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준다며 그가 안내한 곳이 사람이 만든 호텔이라는 사실에 못내 서글픈 기분마저 들었지만, 시야에도 가격이 매겨지는 시대엔 오히려 이것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Four Seasons Hotel, PRAHA

다행이었던 것은 인정 많은 동유럽 도시의 고급 호텔은 서울에서 느꼈던 차가운 공기나 경직된 표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열 시간을 날아온 검은 머리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 혹은 다른 무엇으로부터 나온 친절함이었는지는 알 수 없어도 입구 풍경은 운치가 남아 있었고, 사람들의 미소도 덜 가식적이었다.


그 시간은 쓸 데 없는 엄숙함이 없어 좋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소리 없이 평화로웠다. 하지만 사람이 만든 돌 상자 안에서 본 풍경은 안락했을지는 몰라도 수 일간 나를 압도한 이 도시의 낭만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작고 좁았다. 얼굴을 창문에 닿을 듯 들이대도 내게 허락된 시선은 한정되어 있다. 이것은 여행이 아니다. 창문의 유리와 액자의 그것이 다른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게 조각난 풍경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쯤, 그가 이제껏 아껴둔 곳으로 나를 인도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나는 이내 심장을 꽉 눌러 쥐는 감흥 혹은 감동과 마주했다.


프라하다, 나는 다시 한 번 이곳에 왔다.



여행 마지막 날 이 풍경이 내게 다가온 것은 운명이 아닐까. 이제 손가락으로 가리켜 네 이름들을 부를 수 있다. 다시 만나 반갑다고 몇 번을 인사하고 또 손을 내민다.


문득 떠나기 전 그토록 그리워한 엽서 속 그 길과 건물, 날씨 같은 조각들을 뒤적거려본다. 다시 꺼내 비교해보는 풍경은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그 날 상상했던 소리과 눈을 감은 지금 들려오는 소음들은 나와 그녀의 목소리만큼 다르다. 서글프고 기쁘게도 이 곳은 내가 그토록 동경한 그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 기다린 것과 다가온 것이 같은 적이 없듯, 이 풍경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다.


나는 이 곳에서 또 한번 여행했고, 도착했다.


언젠가 당신이 준 사탕을 먹지 못하고 결국 버릴 수밖에 없을 때까지 간직했었다. 옆에 앉아 휴지 위에 끄적인 낙서는 아직도 내 수첩 사이에 있다. 그땐 당신의 모든 것이 소중했었다. 그 하나하나가 꼭 당신의 부스러기 같아서.


그 여행 앞의 나도 마찬가지였다. 사진을 찍듯 눈을 깜빡였고 메모하듯 고개를 움직였다. 내 앞에 놓인 이름 모를 술 한잔이 사라질까 봐 손을 댈 수 없었고, 눈을 감고 나를 맞는 당신 같아서 단숨에 달아오르기도 했다. 그 짧은 여행은 독주처럼 매혹적이었다. 맛 모를 한 모금을 넘긴 후 나는 중얼거렸다. '안녕'.


천장이 사라지니 그제야 하늘이 보였고 문을 여니 내가 걷는다는 것을 느꼈다. 갇혀있는 동안 나는 다시 간절하고 솔직해질 수 있었다. 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여행을 마칠 시간이라는 그의 마지막 말을 듣고 나는 마지막으로 당신과 약속했다.

프라하의 봄, 꼭 함께 오자고. 해 줄 이야기가 아주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