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문(記文) 4

- 청람정기(靑嵐亭記)

by 우인

청람정기(靑嵐亭記)


사촌兄이 은퇴하여 외가(外家)를 리모델링하여 정원도 만들고 정자를 만들었기에

그 정자에 맞는 이름을 고민하다가 청람정(靑嵐亭)이라고 짓는다.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대학 2학년 때에도 휴학하고

근 1년을 지낸 곳이 江原道 平昌郡 平昌邑 多水里이다.

내 고향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는 정신적 고향이다.

방학 한달 내내 외가에 머물며 평창강(平昌江)에서 동생하고 물놀이하고

물고기 잡고 그리고 저녁엔 옥수수와 감자를 먹으며 지냈던 곳이다.


외가는 내가 특히 좋아한 풍수(風水)를 지녔다.

평창읍에서 걸어 가면 그 당시에는 두시간 정도,

후평(後坪)을 지나 옥고개 정상에 올라서면 저 멀리 외가가 보였다.

다수리의 중심에 위치한 곳,

옥고개를 내려와 평창강에 다다르면 뱃나루가 있었고

강 건너 큰 소리로 외치면 뱃사공이 다수리까지 실어 다 주었다.

"물이 많은 마을" 이라 하여

많을 多, 물 水, 마을 里, 다수리(多水里)!


마을 앞은 강이 차단하여 주고

뒤에는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 쳐 있어

그만큼 마을이 주는 안정감이 나는 좋았다.

큰 길도 없고, 차도 지나가지 않고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역,

특히 외가집은 산자락 아래라 산꼬리가 집옆으로 흘러 가고 있어

나는 거기 누워서 파란 하늘을 보거나 시집을 읽곤 했었다.

그곳에서 산에서 내려오는 산바람의 안온한 미풍을 느끼곤 했었다.

고 1때 외가에서 쓴 詩도 있다.


" 외가를 위하여


옥고개 넘고

평창강 건너

한적한 외가


뒤에는 산이

앞에는 강이

둘러싼 고촌


강원도 소박과

오대산 정기가

혼합을 이루어

태어난 마을


어둔 밤 눈보다 흰

메밀꽃 물결

씁쓸하면서도 달은

감자떡 인심


아, 이 외가는

내 사상의 영원한

안식처이다."


사십 년 전에 쓴 시이다.

이 때 찾아놓은 한자가 남기 람(嵐),

매혹적인 글자였다.

산에서 부는 바람,

언젠간 쓰리라 생각하다가 이제야 쓴다.


청람정(靑嵐亭)!

"푸른 산바람이 내려와 머무는 정자"


한 번 그곳에서 느껴본 사람은 알리라.

산바람이 내려와 뺨을 스치는 그 부드러움을,

바람이 간지러 주는 손끝을.

고혹적이다.

그 때, 나의 우주는 글로 가득하였고

저녁에는 호롱불 밑에서 글을 썼었다.

다수리에는 내가 고 2때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왔다.

이효석을 꿈꾸던 그 때의 소년이 이젠

귀밑털 희끗희끗한 장년으로 변하였고

외숙부는 예전에 돌아 가셨다.


청람정(靑嵐亭)에서 詩를 읽고 지을 그 날을 기대하며

이 글로 기문(記文)을 대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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