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문(記文) 16

- 심명헌기(心皿軒記)

by 우인

심명헌기(心皿軒記)


심명헌(心皿軒)은 마음(心)을 그릇(皿)에 담는 집(軒)이다.

마음을 그릇에 담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은 곧 그림(畵)이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온 느낌을 실체화하는 것,

만져지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 감정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명헌(心皿軒)은 화가가 사는 집이다.


심명(心皿)선생은 누구인가?

산이 아름답고 물이 맑은 강원도 영월(寧越)에 태(胎)를 묻은 늘 소년같은 미소를 간직한 안작가이다.

안작가의 고향인 영월의 평안할 寧을 파자(破字)하면

심(心) 명(皿) 정(丁)이니, 마음(心)을 담는 그릇(皿)을 만드는 사람(丁)의 뜻으로

화가가 되는 것은 어쩌면 운명인 듯하다.


안작가와 처음 만난 것이 제주의 저지 미술관에서 전시할 때이니 벌써 14년 전이다.

그림을 보는 순간 작가의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온화함을 그림을 보는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때부터 이어온 인연의 깊이만큼 안작가의 따뜻함은 늘 나를 감동시켰다.

이제야 심명(心皿)선생의 집이름을 짓게 되었으니 오랫동안 나에게는 숙제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너무 잘 지으려고 생각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된 듯하다.


그냥 봉래산의 정기를 받은 안작가의 고향에서 시작된 나의 생각이 마무리를 짓는 듯 하다.

안작가의 그림은 따뜻하다.

그림을 보는 순간 마음이 평화롭다.

안작가의 그림엔 해학이 있다.

심각하지만은 않은 기분 좋은 웃음이 숨겨져 있다.

안작가의 그림엔 동화같은 이야기가 있다.

어렸을 적 가슴속에 담아둔 꿈이 있다.


예전부터 그림은 손(手)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고

눈(眼)으로 그리는 것도 아니고

마음(心)으로 그린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심명(心皿)선생의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하니

늘 평화로운 그림으로 추운 세상에 온기가 될 것이다.


이제는 화가의 집, 심명헌(心皿軒)에서 많은 그림을 그려서

세상 따뜻하게 만들어 주길 바랄 뿐이다.


내소헌(內素軒)에서 又人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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