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패설 5

- 벚꽃 지는 밤

by 우인

벚꽃 지는 밤


가슴이 답답하다.

뭔가 묵직한 것이 가슴에 걸렸다.

무슨 일인지 안다.

왜 그런지, 왜 답답한 지 안다.

일 땜에 스트레스는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다.

나도 인간이다.

방법이 없다.


어린 시절이 그립다.

아무런 고통 없이, 아무런 슬픔 없이

강가에서 물고기 잡고

뒷산에서 마냥 뛰 놀던 그 시절이

많이 그립다.


짧았던 순간이지만

내 평생 삶을 지탱해 주는 힘이 된다.

환하게 웃던 사진,

가족과 같이 찍은 사진,

생각에 잠긴다.

행복하다.


영월과 다수리를 생각하면 행복하다.

잠시 동안 답답함에서 벗어났다.

나의 유토피아.

생각만해도 즐거운 곳,

언제나 갈 수 있으려나

차타면 금방인데

시간이 없네.

안타까워라.


오늘은 유난히 그립다.

요즘엔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긴다.

늘 늦다.

회의하고

회의한다.

결과에 대해 회의하고

회의한다.


내 삶은 딜레마에 빠졌다.

살기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일하기 위해 사는 삶.

전도되었다.


우리는 늘 불행한가?

한국인은.


다시 가슴이 갑갑해 진다.

회사 정문 벚꽃은 한줄기 바람에

하늘하늘 꽃비를 뿌리고

벚꽃은 질 때가 아름답다.


눈부신 마지막,

벚꽃같은 삶.

마지막을 저렇게 아름답게 마감한다면

행복할까?


온갖 진디물이 침범해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무궁화가 되고 싶은가,

혹은 마지막을 눈부시게 장식하는

벚꽃이 되고 싶은가?


아, 가슴이 돌덩이처럼 단단해 지는

봄밤,


묵직한 무엇이 꽉 막는다.

그래도 벚꽃은 아름다웠다.


낮에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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