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설雜說
잡설雜說
여의도 5층 창가에서 이리저리 생각한다.
몇 년 전 5층에서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지금처럼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상념에 잠겼었는데
또 이렇게 같은 생각에 잠긴다,
다만 아침에 나온 것만 다르다.
생방송을 하는 팀,
시끄럽지만 마음은 착잡하다.
삶은 진전한다.
느닷없는 명제,
그때는 외로웠었고
특별한 희망이 없던 시절이었고
다만 애들이 잘 컸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지금은?
많은 생각이 머리 속을 스친다.
30년 전인가,
아니면 그전에 고등학생때 스쳤던 생각,
난 언제 어디서나
회의하는 인생일 것이다.
절반은 유효하고 절반은 무효다.
500년 전 여의도의 모래밭에선 어떤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었을까?
한강은 흘렀을 테고
새들은 하늘을 날 테고
하얀 뭉개구름이 흐를테고
그리고 여의도에선 사람들이
사랑을 하고
애들을 낳고
싸우고
먹고
꿈꾸고
그리고 죽었을 테지.
그리고 500년이 흘러
이렇게 내가 모래위의
5층 빌딩에서 뭔가를 생각하고
나미의 "빙글빙글"이 흐른다.
삶은 윤회한다.
또 다른 명제.
그저 빙글빙글
돌지만
역사는 전진하고
삶은 미시적으로 움직인다.
모든 인간은 괴롭고
생각하고
고뇌하고
어떤 이는 자살하고
어떤 이는 훔치고
어떤 이는 두려워한다.
어떤 이는 타인을 억압하고
착취하고
억울해하고
그러면서 500년은 순간처럼 지나간다.
2510년 여의도의 이 자리에선
어떤 인간이 고뇌하고 있을까?
역사는 흐른다.
아주 단순한 시간.
별은 떨어지고
바람은 흐르고
이것이 인생이다.
한주간 울고
웃고
그리고 괴로워 한다.
조신(調信)의 꿈,
조조의 꿈
공민왕의 꿈
광해의 꿈
연산의 꿈
만덕의 꿈
수많은 인간이 꿈을 꾸고
수많은 인간이 좌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