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전리 산고散稿 7

-7. 기술자의 시대

by 우인

기술자의 시대


최근 시詩공부를 한답시고 3개월 넘게 신춘문예 당선시와

각종 문학지의 신인상 당선시인들 2천 5백명을 넘게 조사해서 필사하며 공부하다가 느낀 점입니다.


우리나라에 웬 시인이 그리도 많은지 정말 놀랐습니다.

가히 시인공화국이더군요. 또 문학잡지는 왜 그리 많은지, 대단하더군요.

거의 읽는 사람들이 없을텐데.

그러면서 밀려드는 회의감,


“도대체 왜 시를 쓰지?”


어떤 문학잡지는 발행인이라는 사람이 투고한 여성들한테 사전조사 한다고 전화해서 성희롱으로 폭로되자 잡지를 폐간한다고 결정했더군요. 마치 자신이 잡지를 만들어 시인 지망생들한테 시혜를 베푼 것처럼 느끼는 듯 했습니다. 그러자 몇 명의 문학인들은 그 발행인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고, 나도 <TV, 책을 말하다>의 책임프로듀서 등 많은 문화프로그램을 해오면서 대충 문단이라는 동네를 알기는 했었지만, 참.


2천 5백명이 넘는 당선시인의 시를 나름 분석하면서 S, A, B, C, D의 5단계로 분류하면서 읽어 봤는데,

계속 떠오르는 생각이 ‘시 기술자’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물론 기술자를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내가 구분하는 지성인과 기술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 생각엔

“반복하는가?”의 문제같습니다.


계속 똑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은 기술자이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은 지성인이라는

아주 단순한 구분법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기술자의 나라라고 봅니다.

소설을 쓰는 ‘소설 기술자’,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 기술자’,

병원에서 사람을 치료하는 ‘의료 기술자’,

군청에서 행정을 하는 ‘행정 기술자’,

국회에서 정치를 하는 ‘정치 기술자’ ,

군대에는 ‘군인 기술자’ 등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지성인은 보이지 않으니 걱정입니다.

그러면서 내가 왜 시를 쓰려고 했을까 회의가 됩니다.

또 하나의 ‘시 기술자’가 되려고?


어찌 생각해 보면

기술자면 어떻고

지성인이면 뭐가 달라질까 생각됩니다.


그러나 다시 또 생각해 보면

120년 전에 한반도에 유능한 정치기술자가 있었죠.

처음엔 친미파에서 다시 친러파로

마지막엔 친일파로 갈아타는

어찌보면 탁월하게도 보이는 사람이죠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실용주의를 내세우는,


그러니 유능한 기술자가

신념과 철학 그리고 양심이 없다면

제2의 이완용, 제3의 이완용이 안나온다는 보장이 없죠


깊어가는 겨울에 회의는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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