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무지개다리 건너는 날
무지개다리 건너는 날
밍크는 내 평생의 유일한 강아지입니다.
어릴 적 시골에 살았어도 한 번도 강아지와 같이 있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로즈마리가 2개월된 강아지를 입양했고
그 강아지가 밍크였습니다.
이름은 밍크, 한국식 이름은 임민구(林敏求,엄마 성을 따랐습니다)
호는 동강(東江,동네 깡패란 뜻으로 서울서만 썼던 호),
행강(幸江,행복한 강아지란 뜻으로 가평서 썼던 호), 애칭은 밍밍이.
모두 내가 붙인 이름이었습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키우려고 가평에 온 이유도 좀 있습니다.
어쨌든 가평에 오고선 밍크는 행강(幸江)으로 살았습니다.
하루 최소 세 번에서 여섯 번 산책하고 늘 마당에서 놀다가
밤 10시에 방에 들어와 잤으니까요.
이제 밍크가 간 지 1년이군요.
작년 밍크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쓴 글입니다.
무지개다리 건너는 날
난 13살, 안락사하러 가는 길이다
꼭 1년 전에도 의사가 안락사를 권했는데
그때는 엄마 아빠가 단호히 거절하였다
그 후 일 년 동안 정말 행복하게 보냈다
며칠 전 병원에서 의사가 또
안락사를 권했다
이젠 암이 전체에 퍼져 도저히 손쓸 방법이 없댄다
무거운 공기
이번엔 엄마는 노 아빠는 예스
어제부턴 심각하다
참으려고 참으려해도 신음이 새어 나온다
안방서도 얘기가 새어 나온다
‘고통만 길어지지 삶의 질이 엉망이잖나’ 아빠의 말
엄마는 흐느낀다
아침,
탐스럽게 눈이 펑펑 내린다
내가 마음껏 질주했던 마당을 돌아본다
오랫동안 마당을 공유했던 길냥이들
미달이는 뭔가 아는 눈치다
다른 녀석들 다롱이 별님이 달님이는
세상 평화롭다
미달이와 눈인사를 했다
미달이가 애틋하게 날 바라본다
바이 바이
그동안 아빠랑 매일 산책했던 동네를 돈다
둔덕에 차를 세우더니 문을 연다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난 최대한 마지막 힘을 다해 아빠를 바라봤다
그리고 자라섬, 내가 젤 좋아하던 곳
소나무 아래서 문 열고 아빠가 나보고 얘기하는데
귀찮아 몸을 돌렸다
섬을 한 바퀴 돌고 이제 춘천으로 가는 길
차 안은 한동안 침묵
엄마는 나를 안심시키려는듯
‘눈이 참 탐스럽게 내리네 내리네’
아빠는 계속 ‘괜찮아, 괜찮아’ 한다
그동안 수없이 다녔던 도로
산이 아름다운 곳이다, 춘천 초입에 다다르자
이젠 숨이 차다
터널을 지나고 김유정문학관 근처
내가 가장 좋아했던 도로에서
난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엄마 아빠
안녕,
“하늘나라에서 우리 다시 만날거야” *1>
* 주1> 미국 작가 잭 빈츠의 ‘ 하늘나라에서 우리 다시 만날거야’ 책제목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