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책 12

-12. 내가 꿈꾸었던 나라

by 우인

내가 꿈꾸었던 나라


Air Supply의 노래를 들으며 생각한다.


내가 건국했던 나라를,


사춘기, 한 평짜리 다락방은 나의 우주였고

고래 뱃속 같은 그곳에서 나는

나의 나라를 꿈꾸었다.


나의 나라는 순純나라

- 우리나라는 조선이나, 고려, 고구려, 신라, 백제 등이고

중국은 진, 한, 당 , 송, 원, 명, 청 등

한 글자인가? 라는 이유로 -

국호를 순나라로 결정했다.

대체역사였다.

고려가 망하고 순나라가 건국됐다.


고등학교 2학년때

1년 동안 실록을 썼다.

이때 한자 실력이 엄청나게 늘었다.

매일 강희대자전을 끼고 살았으니...


관제(官制) 연구도 꽤 했다.

태봉, 신라, 고려등

우리나라 관제는 이때 거의 알았다.


연호는 홍유(弘宥).

‘널리(弘) 돕는다(宥)“는 뜻인데

아마 중국 어떤 왕의 연호 홍유(弘維)를 패러디 했다.

온갖 역사 상식을 동원해서 실록을 기록해 나갔다.

차남인 내가 왕위에 오르는 과정도 드라마틱하고

나의 아들의 아들 또 그 아들..

이렇게 6대에 걸쳐서 세계를 제패했다.


맨 마지막은 아마 이런 문장일 게다.

"제국을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어떤 국가나 제도도 인간의 행복보다 우선 할 수 없다"


근데, 이 책을 불태워 버렸다.

왜였을까?

다른 건 몰라도 이 걸 불태운 게 젤 아쉽다.

지금이라도 다시 한번 읽고 싶은데..


불태우는데 쾌감을 갖고 있었던 때 같다.

당시엔..

꽤 많은 나의 노트를 불태웠다.

진시황을 흉내냈던가.

분서갱유(焚書坑儒)!


그건 아니고 부끄러움일게다.

몇 년이 지나고 읽어 보면 왜 그리 치졸했던지.

아마 몇 년 후 이 글을 읽을 때 그런

부끄러움을 느낄테지.


왜 그리 사춘기 시절은 세상을 회색빛으로 봤나 몰라.

온통 회색빛이었어.

비온 뒤에 무지개가 떴던가?

아니면 잠든 뿌리를 봄비가 깨운 적이 있던가?


내가 세상을 온통 회색빛이 아닌

파란 하늘이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건

논산에서였어.

각개전투교장이었지.


황산이란 곳에서 10분간의 휴식중

땅바닥에 누워 파란 하늘을 보았지.


그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그전에 본적이 있던가.


아냐, 그전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적도 없었을거야.

정면으로 하늘을 쳐다본 적이.

아! 세상은 살만하구나.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

하지만 숙명적인 페시미스트가 어디로 가진 않지.

언제나 비관론으로 치달았고

가끔씩 날 뒤로 당기는 건

그때 봤던 파란 하늘일 게야.


음악이 흐른다.


나의 제국,

마다가스카르를 항해하던 유령함대-유령은 누구의 호였던가?


코사크 기병, 망명객,

왜 제국을 해체했던가.


자유주의자 황제였던가?


어떤 이즘도 인간의 행복에 우선할 수 없다고...

너무 조숙했었나?

고교 2학년 때였는데..

추억의 재구성은 아니고

분명 2학년 때였어.

그걸 썼을 때가.

거의 매일 썼으니까.


언제가 행복한가?


파란 하늘을 볼 때,

음악을 들을 때,

그늘에 앉아 책을 읽을 때,

친구와 이야기할 때,


꿈을 꿀 때..

최근에 꿈꾼 적이 있던가?

이젠 꿈꾸는 법도 잊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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