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권태에 대하여
권태에 대하여
늘상 보는 책상이다.
늘상 보는 컴퓨터에
늘상 앉는 의자,
늘상 보이는 여의도공원
익숙한 것들이 가끔은 지겨워...
(이 생각도 지겨워)
왜 맨날 내 성은 김이고
내 옆 사람도 김이고, 박이고, 최고, 심인가?
왜 풀씨는 없고
솔씨도 없고
태양씨도 없고
혹은 곰씨는 없는가?
늘상 김 이 박
혹은 윤, 유, 임, 고, 정, 송, 강, 최인가?
상상력의 부재,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고
어느 곳도 갈 수 없는
지금,
난
하늘을 날아다니는
한 마리 나비처럼
팔랑팔랑
푸르른 하늘을
나비처럼
하늘하늘
혹은 백두산의 움직이지 않는 바위처럼
동해 바다 속 조가비처럼
아, 가슴 답답한
이 좁은 한반도를 벗어나
명왕성에서
혹은 해왕성에서
ET를 만나
별카페에서
한잔의 산소음료를 마시며
우주선 레이싱을 즐기며...오스트레일리아 앞바다
해저기지
지구를 지키는 지구수비대
아니면
천년 전 기병이 되어
유럽을 휩쓰는 장군이 되어,
아,
이 비좁은 사무실 안에서
늘상 마주치는 컴퓨터 앞에서
난 얼마나 비소한가,
인간으로 태어난
이유로
아,
난 왜 꼭 김씨이어야만 하는가.
왜 돌씨나 바람씨가 안되는가,
블랙스미스도 아니고
톰도 아니고
머리 속의 바람도 아닌...
왜 맨날
머릿속으로
세상을
또 세상에 대해,
매일
이 세상
좁음을 한탄하고
언어의 유희
머리속 고백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